[이왕휘 칼럼] 디지털 위안화 출범 임박 ..'달러의 지구'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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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칼럼] 디지털 위안화 출범 임박 ..'달러의 지구' 흔들까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20-01-14 17:34:09

[이왕휘 교수]




2014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央行数字货币)를 검토해온 중국인민은행은 작년 말 디지털통화전자지급(DCEP, 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法定数字货币)을 개발하였다. 중국인민은행이 이달 초 공작회의에서 개발이 순조롭게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을 볼 때, 디지털 위안으로 불리는 DCEP의 출시가 거의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위안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되면, 중국은 G20 회원국들 중에서 최초로 CBDC를 발행한 나라가 될 것이다.

중국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인 동시에 세계 1위의 무역대국이기 때문에 디지털 위안은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핀테크 인프라가 이미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디지털 위안이 확산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중국 정부가 미국 달러 중심의 세계통화금융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의 국제화와 디지털 실크로드에 연계될 경우, 디지털 위안은 중국의 대외 무역 및 금융에서 점점 더 많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3월 무역전쟁이 개시된 이후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적대적 관계가 심화되면서, 디지털 위안은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이 미국 IT 및 금융기업들과 함께 작년 6월 개발한 디지털통화인 리브라(Libra)의 경쟁자로 간주되고 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작년 10월 23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서 디지털 위안이 미국 달러화의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디지털 위안이 세계적 차원에서 CBDC의 기술 표준이 된다면, 미국 달러화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디지털 위안이 리브라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리브라가 IT기업과 금융기관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암호자산인 반면, 디지털 위안은 국가기관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하는 법정통화이다. 또한 전자의 가치는 미국 달러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통화바스켓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 후자는 중국인민은행이 발행한 위안에 전적으로 연동되어 있다. 그리고 리브라가 처음부터 전 세계의 페이스북 가입자들이 초국적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반해, 후자는 중국 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통화의 가치 결정 방식을 보면, 리브라가 미국 달러 패권을 보호하기 위해 위안화를 통화바스켓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이 통화가치를 결정하는 특별인출권(SDR)의 바스켓은 미국 달러(41.73%), 유로(30.93%), 위안(10.92%), 엔(8.33%), 파운드(8.09%)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리브라의 가치는 미국 달러(50%), 유로(18%), 일본 엔(14%), 영국 파운드(11%), 싱가포르 달러(7%)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DR과 비교해 보면, 리브라에서는 달러와 파운드가 과대평가되고, 유로와 엔은 과소평가되어 있으며, 위안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과연 디지털 위안이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유럽에서도 미국이 달러 패권을 남용한다는 불만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여건이 점점 성숙하고 있다. 작년 8월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막기 위해 합성패권통화(Synthetic Hegemonic Currency)를 발행해야 한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의 디지털경제와 핀테크가 미국에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해 왔다는 점도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3∼2017년 사이 중국이 비트코인의 최대 채굴국이자 최대 거래국이었다는 사실을 볼 때, 디지털 위안은 암호자산에 대한 풍부한 시장경험과 산업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비록 2015년 중순 주식시장 폭락으로 외환보유고의 4분의1인 1조 달러 규모의 자본도피가 발생한 후 암호자산을 강력히 규제해 왔지만,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핀테크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기술 및 정책 개발을 지속해 왔다. 2019년 10월 24일 열린 제18차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시진핑 주석이 블록체인 기술의 응용을 강조하는 ‘블록체인 플러스(区块链+)'를 제시한 직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자산 가격이 폭등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단기적 차원에서 디지털 위안이 미국 달러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술보다는 제도에 있다. 디지털 위안이 국제적 거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자본계정의 자유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세계금융위기 이후부터 추진된 위안화의 국제화가 대규모 자본도피를 막기 위해 자본통제를 강화했던 2016년 이후에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무역전쟁 이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져왔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정책기조를 통제에서 자유화로 전환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리브라 프로젝트가 출범하기 3년 전인 2014년 중국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을 개발하게 된 주목적이 위안화의 국제화보다는 비트코인 투기로 인한 암호자산 시장 거품 예방에 있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암호자산이 외환거래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자, 중국 정부는 암호자산의 채굴과 거래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해 사실상 금지시켰다. 2019년 10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도 산업구조조정 지도목록 최종안에서 삭제되기는 했지만, 4월 의견수렴안에는 가상화폐의 채굴 활동(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생산과정)이 도태류의 낙후생산공예장비 항목에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까지 관망만 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통화의 기술표준을 선점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정치경제적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가 리브라와는 별도로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에 공인한 법정통화인 디지털 달러는 민간이 발행한 암호자산인 리브라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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