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날린 투자자들 첫 민사소송 "상품 판매 자체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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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날린 투자자들 첫 민사소송 "상품 판매 자체가 사기"

서대웅 기자 입력 : 2019-09-26 05:00:00
  • DLF 원금 전액 손실 첫 확정

우리은행에 이어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이 만기가 도래하며 손실이 현실화됐다. 우리은행의 DLF는 손실률이 100%에 이르렀다. DLF가 원금 전액을 잃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LF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잃은 투자자들은 상품 판매 자체가 사기라며 처음으로 민사소송에 나섰다. 해외 금리 내림세에 따라 남은 상품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우리銀 DLF 속속 만기 도래, 최대 100% 손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인 '메리츠 금리연계 AC형 리자드' 가운데 10억원어치가 이날 처음으로 만기를 맞았다. 손실률은 46.4%로 최종 확정됐다.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5년물 금리와 영국 CMS 7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이 상품은 두 금리 중 하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나는 구조다.

26일 만기가 되는 우리은행의 'KB독일금리연계 전문투자형 사모증권 투자신탁 7호(DLS-파생형)' 상품은 손실률이 100%로 확정됐다. 총 83억원이 판매된 이 상품은 독일 금리가 -0.6% 이하로 내려가면 100% 손실이 나는 구조로, 수익률이 확정되는 24일(현지시간) 독일 금리가 -0.619%를 기록하며 원금 전액을 잃게 됐다.

다만 이 상품은 원금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1.4%짜리 금리쿠폰을 지급한다. 여기에 선취 운용수수료 반환분(0.5%)이 생겨 투자자들에게 판매된 총액 중 1.9%에 해당하는 1억6000여만원만 남게 됐다. 앞서 지난 19일과 24일이 만기였던 우리은행의 DLF 1차 및 2차 상품은 독일 금리가 반등하면서 각각 60.1%, 63.4%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다음달부터 오는 12월까지 453억원, 우리은행은 862억원 상당의 DLF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이후에 만기가 되는 상품까지 포함해 각 은행이 판매한 DLF 총액은 하나은행 3876억원, 우리은행 4012억원이다. 세계 경제가 하강기에 접어들며 주요국 국채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 DLF 투자액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자자들, 첫 민사소송 제기… 줄소송 신호탄

원금을 잃었거나 만기를 앞둔 투자자들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상대로 원금 전액을 돌려달라는 손해배상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이번에 소송에 나선 투자자들은 우리은행의 26일 만기 상품에 4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을 잃게 된 법인, 하나은행 상품에 투자하고 다음달과 내년 초 만기를 기다리고 있는 법인 1곳(10억원 투자) 및 개인 2명(각 5억·1억원 투자) 등 총 4명이다. 이들은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를 넘어 투자자를 기망하고 사기를 쳤다며 원금 전액과 지연이자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고스에 따르면 두 은행은 '투자권유준칙'에 따라 문제가 된 상품들을 1등급(최고위험)으로 분류했지만, 실제로는 3~4등급에 해당하는 중립형 또는 안정추구형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전문수 로고스 변호사는 "투자자 성향분석 설문 항목 답변을 판매 직원이 모두 허위로 기재한 후 투자자를 공격투자형 투자성향으로 조작했다"며 "이는 계약취소로 이어질 수 있는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만기가 이제 도래하기 시작한 만큼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의 소송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당국에서 진행하는 분쟁조정은 책임 비율만 산정하는 것이어서 소비자 피해가 제대로 구제될 수 없다"며 "소송 접수를 희망하는 소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가운데)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피해 관련 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소장을 접수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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