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걸으면서 – 소요(逍遙)하면서 세상을 정복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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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걸으면서 – 소요(逍遙)하면서 세상을 정복해보기

이소라 기자 입력 : 2019-09-20 05:00:00
  • - 김유주 닉스 대표

[김유주 닉스 대표]

어느 여름날 수 ㎞가 넘는 넓디넓은 평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역사를 바꿀 대회전(大會戰)을 초조히 기다리며, 붉은 태양을 쏘아보고 있다. 군사의 수를 보면, 한쪽은 터무니없이 적다. 지휘관의 손이 올라가자, 굉음을 울리며 전차부대가 매섭게 적은 수의 상대를 항해 돌진했다. 군사 수가 적은 쪽은 팔랑크스 밀집대형을 유지했고 병사들은 장창을 손에 쥐고 작은 방패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들은 수백, 수천 차례 훈련받은 대로 좌우로 진형을 벌려 전차의 길을 트고, 긴 창을 이용해 말과 병사를 단숨에 제압했다. 극도로 훈련된 높은 전투력의 병사들은 수적으로 우세한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군사 수가 적은 쪽이 곧 둘러싸일 것 같은 치열함의 연속이 계속됐다.

그때였다.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흙먼지를 날리며, 붉은 깃을 단 용맹스럽게 생긴 장수의 부대가 어느새인가, 큰 수 군대의 총지휘관이자 제국의 지배자 앞에 들이닥치고 있었다. 수십만이 넘는 군사는 어디 갔는지, 어떻게 그들이 뚫렸는지, 적은 수의 군대 기세는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것 같았다. 엄청난 두려움 앞에서 큰 군대 쪽의 지배자는 후퇴했고, 결국 적은 수의 군대는 대승을 거머쥐게 됐다. 그리고 그 용맹한 장수는 그날 제국을 손에 넣고 정복자가 됐다. 그는 역사에 길이 남는 알렉산드로스대왕이다.

지난 시간 써 내려갔던 카이사르가 일련의 ‘사건’을 인간의 전형이 투영한 현실이라는 거대한 프리즘으로 재해석해 나가는 것을 보았다면, 오늘은 알렉산로스의 현실 인식론을 통해 그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며 세상을 정복해 갔는지, 그 여정을 함께 돌아보고자 한다. 알렉산드로스의 성공을 꼽는 여러 가지 요인에 대해 수많은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 요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하고 싶은 것은 알렉산드로스의 스승이 그를 13세부터 가르쳤던 교수법을 들고 싶다. 결론적으로 이 교수법은 수천년이 지난 오늘도 세계 최고의 인재들만 모인다는 미국 하버드 최고경영자과정에서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연구 발전시켜 똑같이 교육하고 있다. 그만큼 당시의 효과에 대한 현대인들의 믿음과 존경심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의 스승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는 걸으면서 질문을 주고받았다고 해 소요(逍遙)학파로도 유명하다. 그는 문제의 본질을 알기 위해 그것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정보’라는 것에 집중하도록 가르쳤다. 하나의 문제를 놓고 해결책을 제시할 다방면의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를 하나의 ‘단서’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지적 작업이 수반되는 ‘분석’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했다.

그 깊이는 하나의 학문으로 다룰 정도로 집중적 사고를 요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생물학적 접근이 필요했고, 식물학에서부터 형이상학적 정의론까지 등장하며 정보를 분석해야 했다. 하나의 문제를 놓고 그것을 파악할 수십 수백 가지의 정보를 수집, 재구성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동료들과 진위에 대한 열띤 토론이 시작된다. 자신이 수집한 정보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근거를 통해 검증하고 몇 시간, 몇 날의 토론 끝에 돌출된 안이 나오면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실행으로 옮긴다. 만약 자신들의 판단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거나,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런 사고체계와 실천을 수년간 훈련한다.

그 결과 알렉산드로스가 20대가 되는 시점에 단련된 사고와 지성은 '문제'를 만나면 이미 고도화된 결과를 도출해내는 기계가 돼 있었다. 카이사르는 말하지 않았던가. 보고 싶은 현실, 보고 싶지 않은 현실, 그리고 볼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고. 알렉산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훈련을 통해 볼 수 없는 현실 넘어 이면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항상 글을 쓰며 느끼는 것이지만, 지면은 오늘도 본격적인 대화의 시작을 막는 장애적 요소로 작용한다. 다음번에는 블록체인 세계, 이면 속 ‘인증’이라는 다음 트렌드를 전문적으로 다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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