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문턱 못 넘는 가상자산 법안…계류 장기화에 '피로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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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문턱 못 넘는 가상자산 법안…계류 장기화에 '피로도 상승'

장문기 기자 입력 : 2023-03-08 19:30: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가상화폐) 제도화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장기간 계류하면서 해당 업계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9일 정무위 법안심사 제1소위에 가상자산 관련 17개 법안이 상정됐지만 논의될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정부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총 78개 안건 중 34번째로 논의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소관 안건이 국가보훈처 소관 안건에 밀린 탓이다. 이번에도 논의 순서가 밀리자 가상자산업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가상자산업계가 자율규제를 해왔고 지난해에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출범시켰다”며 “이런 자율규제를 더 보완해 제도권 안에서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데 관련 논의가 다소 지지부진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 요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 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6일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제6차 민·당·정 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발생한 ‘FTX 사태’를 사례로 들며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상품거래법상 불공정거래 금지규정을 적용해 FTX를 기소한 반면 국내법상에는 디지털 상품거래에 관한 불공정거래 규정이 없는 탓에 관련한 불공정거래에 대해 일반 사기죄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화 미비 속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상자산은 최근들어 보이스피싱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정무위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보이스피싱 관련 계정 정지 건수는 1318건, 피해액만 445억 원대로 집계됐다. 이는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 접수된 사례만 집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그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상자산 법안에 더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비롯한 관련 법 개정 등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법제화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 논의되는 ‘은행권·비은행권 경쟁 촉진’ 관련 논의에서도 가상자산 업계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법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 회의에서도 가상자산 실명확인 계좌 발급기관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으나 일부 참석자들이 “가상자산업에 대한 논의나 정책 방향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관련 규제 강화를 위해서라도 신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만 포함됐다. 사실상 규제가 없는 것”이라며 “그래도 우선 가상자산 법제화가 빨리 이뤄져야 진짜 규제단계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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