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상호금융' 탓에 수신 증가세 막힌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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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상호금융' 탓에 수신 증가세 막힌 '저축은행'

한영훈 기자 입력 : 2023-03-08 14:35:31

 

저축은행의 수신(예·적금) 자금 증가세가 1년 8개월 만에 꺾였다. 시중은행으로의 ‘고객 이탈’ 현상보단,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영향이 컸다. 현재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20조2384억원으로 11월 말(121조3572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 저축은행 수신액이 감소한 건 지난 2021년 4월 말(84조9943억원→83조7121억원)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선 시중은행보단, 주로 상호금융권으로의 고객 이동이 가속화됐다고 봤다. 작년 말 당시 상호금융권이 공격적인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던 영향이다. 작년 12월 새마을금고의 1년 정기예금(예탁금)금리는 5.48%로 직전 달(5.44%)보다 0.04%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신협도 5.39%에서 5.44%로 올렸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4.95%에서 4.63%까지 내렸다. 저축은행은 이들보다 높은 5.7%란 고금리를 제시했으나, 업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힘입어 새마을금고의 작년 말 수신 잔액은 251조4209억원으로, 직전 달(244조6025억원)보다 7조원 가까이 늘었다. 신협 역시 127조196억원에서 129조9149억원까지 규모가 커졌다. 반면, 시중은행은 2466조1635억원으로 직전 달(2480조6353억원)보다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올해 들어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올 1월 말 1년 예금 평균 금리는 5.2%로 한 달 만에 0.5%포인트나 주저앉았다. 현재는 평균 금리가 3.75%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1금융권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1년 만기 금리는 3.8%로 저축은행 평균보다 높다.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 예금(3.78%)도 마찬가지다. 이외에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3.7%)과 KDB산업은행의 정기예금(3.7%)도 저축은행과 거의 차이가 나질 않는다.
 
이로 인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지방 소재의 소형 저축은행들이다.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업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수신 고객을 확보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업체의 경우 현재도 연 4%가 넘는 고금리를 제시하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못하다. 반면 대형 업체들은 수신자금을 확보하는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OK저축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예금금리를 3.2~3.5% 수준까지 낮췄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역시 3.3~3.4%로 내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형 저축은행들이 수신자금을 확보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중앙회 차원에서 자금조달을 돕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아직까지 실효성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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