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쇼크] 환율도 급등…한·미 금리차 확대 부작용 불가피
Koiners다음 종합

[파월 쇼크] 환율도 급등…한·미 금리차 확대 부작용 불가피

배근미·장문기 기자 입력 : 2023-03-08 16:53:4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면서 8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0원 이상 뛰었다. 당장 이달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양국 간 금리 역전차 확대에 따른 원화 약세 등 부작용 우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2.0원 오른 1321.4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32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8일 만이다. 환율은 이날 파월 발언 후폭풍으로 전일 대비 17원 이상 급등하며 개장(1317.2원)한 뒤 오전 중 1320원대에 진입했고 이후 1320원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마감했다.

작년 11월 1400원대를 훌쩍 넘기며 최고조에 이르렀던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다소 잠잠한 추세를 보여왔다. 당시 미국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고 미국 현지 물가 역시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이 4차례의 자이언트스텝 등 과감한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자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강달러를 불러왔다. 이후 연준의 속도조절과 최종금리 정점론에 힘이 실리면서 환율도 1200원대로 내려앉았으나 파월의 이번 발언으로 빅스텝 불씨가 되살아나 환율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현재 한국(3.5%)과 미국(4.5~4.75%) 간 기준금리 격차는 1.25% 수준이다. 그러나 당장 연준이 이달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그 격차는 최소 1.5%포인트로 확대된다. 페드워치 전망대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그 격차는 역대 최대치인 1.75%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양국 간 금리 격차는 달러화 가치를 높이는 대신 원화 가치를 낮춰 환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도 키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와 원·달러환율 급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과거처럼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 경로에 주는 영향은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이긴 하나, 환율 특정 수준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또, 이 총재는 "최근 한·미 금리 역전폭이 1.25%포인트로 벌어졌음에도 환율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면서 "한·미 양국 간 금리차가 환율을 결정할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라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양국 간 금리차가 큰 폭으로 벌어질 경우 외환시장 불안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미국의 긴축기조 강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속도에 발을 맞추지 않을 경우에는 금리 역전차 확대에 따른 강달러와 외화자금 유출을 야기할 수 있고 반대로 발을 맞춰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낸다면 그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과 이자 부담 확대로 금융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어느 선택도 쉽지 않은 만큼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 시까지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