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개발 방식'부터 다른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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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개발 방식'부터 다른 테슬라

권가림 기자 입력 : 2023-03-07 05:55:00
  • 이순남 기아 전 전무

테슬라의 성장 비결은 실패를 대하는 방식이다.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 오토파일럿, 차량 OS, 반도체 칩, 기가 프레스, 온라인 판매 등 상상을 초월한 혁신을 통해 단기간에 성공을 이뤘다. 바퀴 달린 스마트폰을 지향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영역에서 크게 리드하고 있다.

지난해 131만대를 판매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대당 순이익 면에서는 도요타의 8배가 되고 있다. 이런 개런티형 개발 방식에도 개발 중에 불량품이 나오거나 개발 일정이 지연될 정도로 큰 설계 변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도요타의 Bz4X의 휠 너트 풀림처럼 양산 후 리콜까지 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는 개런티형 개발 방식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설계, 부품 개발이 잘못되면 설계자, 개발자들은 죄인에 가까운 취급을 받게 되고 당연히 진급 심사 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되는 일도 일어난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매년 수많은 신차를 발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혁신 기술보다는 성능 개선이나 내·외관 스타일 변경이 주류가 되는 것은 이러한 사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기업 풍토에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제품인 경우에는 프로그램의 버그가 발생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풍토가 있다. 예를 들면 PC가 일시 정지되는 현상이 발생하면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면 작동된다. 인터넷 회선이 완전하게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동작이 도중에 이상하게 되면 다시 인스톨해 고치면 된다는 발상이다. 한번 해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하면 된다는 방식이 'Best Effort'형 개발 방식이다.

최초 설계 도면이 나오고 시제 차량을 만드는 경우 현대, 도요타 등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개런티형 개발 방식으로 모든 것에 완벽히 해야 하므로 200~300대 정도를 만든다. 반면 테슬라는 모델 S를 개발할 때 단 15대만 만들었다. 이것으로 인테리어 평가, 한랭지, 혹서지 내구 테스트, 충돌 테스트, 연비 테스트, 승차감, 조종 안정성 평가 등을 다했다. 대당 1억원에서 3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테슬라의 개발 방식은 비용, 개발 시간 단축에서 큰 우위점을 갖게 된다. 

테슬라는 Best Effort형 개발 사이클을 매우 빠른 속도로 돌리면서 시제 차량 대수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테슬라의 혁신에는 일론 머스크의 독특한 경영 방식과 Best Effort형 개발 방식이 있다. 이처럼 Best Effort형 개발 방식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도 있지만 기존 업체들과 비교하면 매우 스피드하게 추진할 수 있고 코스트도 저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는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안정적으로 성장을 원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Best Effort 형 개발 방식 도입이 어려울 것이다. 테슬라는 회의에서 헛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빨리 실험해서 데이터를 얻고 그다음 순서로 진행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실패 데이터는 다음에 활용할 수 있다. 사장이나 CEO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각오가 있는 것만으로 5%, 10%라는 작은 개선이 아니고 5배, 10배 정도의 격이 다른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테슬라의 혁신에 환호하던 많은 사람들은 다시 주가 폭락, 계속되는 사이버 트럭 양산 시점, 불완전한 자율 주행 기술 FSD에 걱정도 하고 비난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을 Best Effort형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

고금리에 의한 글로벌 경기침체,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올해 자동차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음에도 50% 성장한 18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 테슬라는 가격 인하라는 새로운 이단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하나의 Best Effort형 판매 방식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순남 기아 전 전무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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