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욱 '저축은행 부실대출' 수사받았다?...李 구속영장 청구서 '구멍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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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욱 '저축은행 부실대출' 수사받았다?...李 구속영장 청구서 '구멍 숭숭'

장한지 기자 입력 : 2023-02-21 15:29:52
  • 남욱, 과거 횡령·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조사받아

  • 부실대출 표현 사용...윤석열 당시 주임검사 '일반대출' 표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정확한 사실과 거리가 있는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장동 사업 관련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문장이 대표적이다. 검찰 스스로 과거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논리적 비약' 또는 '주관적'이라고 보일 수 있는 표현도 청구서 곳곳에 등장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측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소 주관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팩트체크① 남욱이 검찰 수사를 받은 건 '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 때문?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남욱 변호사가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관련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고 적시했다.

구속영장 청구서 6쪽에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인물 소개가 포함됐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2014년 12월경 이후 남욱이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자금 조달 과정에서 있었던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관련 비리로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됨을 기화로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남 변호사에 대해 '2014년 12월경까지는 최대 지분권자로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하다가 그 무렵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관련 비리 수사 등으로 인해 김만배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2순위 지분권자로서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2014년 12월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 관련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변호사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수원지검 특수부에서 조사받았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이듬해 6월 'LH(한국토지공사) 주도 개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비자금 명목으로 부동산개발 시행업체 씨세븐 대표로부터 8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남 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건 아니다. 그래서 '부산저축은행 관련 비리'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하던 중 추가 고발이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부산저축은행 관련 비리'라고 통칭해서 쓴 것"이라고 밝혔다.
 
팩트체크② 부실 대출? 일반 대출?···현 검찰-과거 검찰, 정반대 표현 
청구서에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비리'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 주임검사를 맡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TV토론에 출연해 '부실 대출'이 아니라 '일반 대출'이라고 말했다. 당시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을 거듭 부인하기 위해서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2011년 3월 과거 국내 자산 규모 1위인 부산저축은행이 불법으로 대출한 고객예금으로 120개 SPC를 통해 각종 투기사업을 벌이는 등 9조원대 금융 비리를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이 의혹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전‧현직 임원과 브로커, 정·관계 인사 80여 명이 기소됐다.

그러나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팀이 PF 대출 알선 명목으로 약 10억원을 받은 '대출 브로커' 조모씨를 조사했지만 입건조차 하지 않으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TV토론에 출연해 "일반 대출을 누가 기소합니까"라고 반문하며 부실 수사 논란을 일축했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는 현 검찰이 과거 부실 수사 논란을 촉발한 표현을 직접 사용하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시인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체크③ 김만배 대화녹음 보도가 증거인멸?···"논리 비약" vs "말 맞추기 우려"
검찰은 청구서에 대선 직전이던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 김만배씨 대화녹음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두고 '이 대표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68~169쪽에 걸쳐 "김만배는 2021년 9월경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에게 민간업자들이 이 대표와 마치 대립한 것처럼 말하는 내용을 녹음해뒀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2년 3월 6일 갑자기 언론에 공개하는 등 대장동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수사 과정 등에서 이 대표에게 유리하도록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적시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 출신 A변호사는 "김만배가 이 대표에게 유리하도록 통화 녹음을 뿌렸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져야 증거인멸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 현 단계에서는 논리 비약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 관계인들과 말 맞추기를 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증거인멸 시도로 판단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김만배씨가 했던 통화 녹음 내용을 '허위 인터뷰'로 보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근거를 계속 만들고 조작해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받는 '범죄의 중대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시정농단' '아시타비' '내로남불' 등 주관적 표현을 곳곳에서 사용했다. 이를 두고 "공소장 단일(일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적잖다. 최영승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로스쿨 교수)은 "형사절차는 사건에 대한 법원의 심증형성은 공판정에서 당사자의 구두변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가 지배한다"며 "공소장에는 재판도 하기 전에 법원에 범죄 혐의 예단을 줄 수 있는 서류 첨부나 내용 인용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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