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국 '건강보험 보장률' 여전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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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한국 '건강보험 보장률' 여전히 부족하다

김도영 행정학자 입력 : 2023-02-01 17:00:00

김도영 행정학자


강의 시간에 종종 학생들에게 생각지 못한 행운이 찾아와 불로소득이 생긴다면 아주 좋은 병원에서 첨단 의료장비를 이용한 건강검진을 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십중팔구는 그럴 의사가 없음을 표현한다. 그럼 다시 하루 정도 좋은 호텔이나 식당에서 보낼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데, 학생들은 당연히 그렇게 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학생들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 국민은 특별한 건강상 이상을 느끼지 않는 한 일부러 시간을 내어 병원을 찾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조금의 이상을 느끼더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겨 병원을 찾게 되는 일도 쉽지 않다. 우리 일상과 주변을 둘러본다면 이런 사실은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일까? 당연한 이치이지만 우리에게 보건의료 욕구와 필요는 우리 몸이 아플 때 생긴다. 평소 별 관심조차 없었던 보건의료서비스는 아프기 시작하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욕구와 필요가 된다. 이것이 바로 일반적인 서비스와 보건의료서비스의 근본적인 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본능이자 생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에 대한 국가 의무를 다하기 위해 1989년부터 전 국민을 포괄하는 의료보장체계를 갖추어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건강보험제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에 있어서 1차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으나, 낮은 보장률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은 100%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이 의료이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살펴보면 평균 70% 이상으로 조사된 지가 꽤 오래 됐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65%로 조사됐다. OECD 38개 회원국 중 36번째 수준인데,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한 이후에도 여전히 OECD 평균을 밑돈다. 반면 가장 중요한 기준인 개인이 실제 병원에 납부하는 의료비 본인부담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여러 측면에서 OECD 국가들에 비해 보장성이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추진했는데, 핵심 내용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비급여 부분을 건강보험 적용으로 전환하고, 본인부담상한제를 촘촘히 정비했다.

이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전과 달리 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게 된 계층이다. 사실 보건의료서비스에서 '충분'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의료비용과 상관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계층과 달리 보장성 확대 혜택이 피부로 느껴지는 국민에게는 삶의 근간을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건강보험은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근간으로 유지되는 공적보험이기에 재정 부분에 대한 우려는 항상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립된 의견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으며, 효율적이고 건전한 재정구조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서 나타나는 의료남용 염려를 이유로 지금의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보건의료 욕구와 필요, 그리고 보건의료서비스 특성을 간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건강보험의 근본적인 목적, 즉 정부의 보건정책 목적은 국민 질병을 치료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어야 한다. 또한 정부 정책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일부 극단적인 경우를 염려하고 대비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일반 국민의 현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 보장성을 축소하면 이를 절감하게 되는 국민은 아픈 국민이고 충분한 치료에 대한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국민일 가능성이 크다. 저소득층에게 유난히 가혹한 보장성의 후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장성 확대가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 지출을 늘려서 재정을 파탄시키고, 건강보험 수지가 적자로 전환한다는 우려가 있다.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누적 적립금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흑자 재정으로 그 적립금 차이 또한 크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즉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당장 우려할 만한 재정적 위기가 도래할 위험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지속해서 건강보험 보험료 납부 형평성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이미 시행 중인 보장성 축소가 해결 방안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각도에서 보아도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성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문명화되어 있는가를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는 사회 약자들이 어떤 배려를 받는가에 있다.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 방향성과 기존 건강보험 재점검이 정치 논리가 아닌 근본적인 국가 존재 이유와 가치를 잘 반영하고, 국민에 대한 국가 의무를 다하는 정책으로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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