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尹, 왜 '나경원 해임' 카드 꺼냈나…직접 도려내며 '윤심'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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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尹, 왜 '나경원 해임' 카드 꺼냈나…직접 도려내며 '윤심' 재확인

석유선 기자 입력 : 2023-01-14 07:00:00
  • 장제원, 나경원 향해 "대통령 위하는 척하며 반윤의 우두머리 되겠다는 것"

  • UAE·다보스포럼 출국 전날 결정...'당 분란' 없애고 순방 성과로 지지율 반등 전략

  • 나경원, 해임 3시간 뒤 "대통령님 뜻 존중…어느 자리에서든 윤 정부 성공에 최선"

국토부·환경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동시에 전격 해임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도로 격랑이 일 전망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오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표 수리가 아닌 해임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는 "해임이다"라며 "다양한 해임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답했다.
 
사의 '수용·거부' 아닌 '해임' 결정 이례적...尹, '나경원 직접 도려내기'
이번 해임 결정은 이례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나 전 의원이 소위 '출산 대출금 탕감' 정책으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자 지난 10일 사의 표명을 했음에도 반응이 없자, 사흘 뒤인 13일 저출산위원회에 대리인을 통해 사직서를 낸 지 반 나절만에 이뤄졌다.

통상 정치권에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거나 사직서를 내면 이를 '수용'하거나 잔류를 종용하며 '거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례를 깨고 윤 대통령이 끝내 '해임 카드'를 꺼내자,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찍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사직서 제출을 통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자,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직접 도려내 윤심(尹心)을 재확인시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나 전 의원 해임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는 오직 윤심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들만이 넘쳐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으로선 나 전 의원과 갈등 국면이 길어질 경우, 14일부터 시작될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과 다보스 포럼이 예정된 스위스 순방 성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하락세도 부담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 사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윤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를 물은 결과 35%가 긍정 평가했다.

이는 전주 대비 2%포인트 떨어진 지지율인데, 이 기간은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이 밝힌 '헝가리식 출산 정책'에 대해 "윤 정부 정책 기조와 차이가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며 본격적으로 '윤-나 갈등'이 드러난 시점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왼쪽)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핵관' 장제원, '반윤의 우두머리" 맹비난...나경원 "역사의 자명한 순리 못 거슬러"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나 전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좌장 격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반윤' '이준석, 유승민에 이어 당에 분탕질을 하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익을 위해 세일즈 외교를 나가시는 대통령의 등 뒤에다 사직서를 던지는 행동이 나 전 의원이 말하는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를 위하는 길인가"라며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공직자가 그 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고 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이) 당신, 당신 하는데 허구한 날 윤핵관, 윤핵관 하는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른가. 이런 행태는 대통령을 저격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당에 분탕질을 하는 사람은 이준석, 유승민으로 족하다.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반윤석열)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며 "그래서 제2의 유승민은 당원들이 거부할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을 반윤계 인사로 규정했다.

현재 친윤계는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기현 의원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김 의원도 두 차례나 윤 대통령과 관저 회동을 하는 한편 장 의원과 소위 '김장 연대'를 구축하는 등 '윤심(윤석열의 마음)'을 등에 업었음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친윤계는 마뜩잖아 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번 3·8 전당대회부터 '당원투표 100%'로 당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이런 가운데 나 전 의원은 저출산위에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모처럼 전국으로 내리는 빗방울에 산천과 함께 우리 마음도 씻겨지는 아침, 저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며 잠행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충북의 구인사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을 향해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당대표 출마를 결정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이 오는 21일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후 구체적인 거취를 밝힐 것으로 본다. 윤 대통령의 순방 도중 출마 선언을 할 경우 대통령 부재를 틈타 또다시 '각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윤 대통령 순방 일정까지는 침묵 모드를 유지, 설 이후 당대표 출마의 변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의 해임 발표 이후 약 3시간 만인 오후 8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충북 단양 구인사 찾은 나경원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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