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아야 하는데, 비트코인?...법조계 "가상자산, 국제적 표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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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아야 하는데, 비트코인?...법조계 "가상자산, 국제적 표준 필요"

신진영 기자 입력 : 2022-09-18 15:17:35
  • "채권자들 권리 집행 용이, 가상자산 통한 재산은닉 줄어들 것"

가상화폐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인·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가상자산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관련 분쟁도 늘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을 통한 거래에 문제가 생겨도 민사 집행 방법이 없다. 가상자산 성질이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안정적인 제도권 편입'을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8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55조2000억원, 일평균 거래 규모는 11조3000억원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1257개로 총 623종에 달한다. 

이처럼 가상자산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법적인 규제가 미약해 가상자산 관련 범죄는 증가세다. 2021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범죄 피해액은 평균 403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피해액은 4조1615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통상 범죄 수익은 자금세탁으로 이어져 실제 피해액은 집계된 것보다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관리와 감독을 받지 않았던 가상자산은 자주 불법자금세탁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등을 규정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시행됐다. 이는 가상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행정 규제가 필요해 '급히 만들어진 법'으로, 본래는 관련 법을 만들고 집행법을 만드는 게 순서라고 법조계에서는 설명한다.  

박종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국가 입장에서 범죄 수익이 마약이나 테러 등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법"이라면서 "가령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걸 넘겨줄 때 약속을 지키지 않아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는 건 다른 규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은 강제력이 있어야 완결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코인도 NFT도 게임머니도···모두 '가상자산'

가상자산이 법에 처음으로 명시된 개정 특정금융법이 시행됐지만 가상자산은 아직 법적인 재산이 아니다. 또 강제집행은 채무자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데, 민법상 가상자산은 물건이나 동산 또는 그 밖의 재산권에 포함되지 않아 압류나 몰수 등을 할 수 없다. 

법조계는 가상자산을 하루빨리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선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높아지면서 민사 분쟁이 늘어나 강제집행 필요성이 커져서다. 법원 내부에선 가상자산의 강제집행을 규율하는 민사법이 나오기까지 대법원 예규를 정해 집행하자는 말도 나온다. 

최근 사법정책연구원은 "가상자산의 민사 집행을 위해서는 법적 성질을 규정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은 형태를 규정할 수 없고 익명성이 짙어 보유자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민사 집행이 어렵다. '가상자산 이전'에 필요한 '비밀번호'는 채무자만 알고 있어 강제집행을 하는 기관이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다. 민사 집행절차에서 가상자산 취급과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성질을 규정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가상자산을 민법상 '그 밖의 재산권'으로 봐도 실무상 문제가 없다"며 "비트코인을 달라는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데, 법률상으로 집행 방법이 없으니 채권자들은 난감할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법당국 요구에 응할 수 있는 기준 필요

법률상으로 가상자산이 규정되지 않으면 해외 거래소에 있는 자산에 대해 강제집행도 하지 못한다.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해외 거래소에서 사기를 당하는 사례에도 대비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는 가상자산 관련한 사법적 구제 기준이 다른 상황이다.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는 '사법 당국의 요구에 응하겠다'는 문구가 약관에 기재돼 있지만 바이낸스(Binance) 등 해외 거래소에는 그런 문구가 기재돼 있지 않다. 

이 부장판사는 "해외 거래소는 우리 사법 당국 등이 수사 공조 요청을 해도 응하기가 어렵다"며 "해외에서도 (가상자산을 규정할 수 있는) 표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같은 것은 나라별로 다른 법에 규정돼 있지만 저작권 관련 국제 협약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가상자산 관련 분쟁 전문인 이은성 변호사(법률사무소 미래로)는 "(가상자산에 대한) 압류나 집행이 가능해지면 채권자들이 권리를 집행하기가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며 "일종의 세금 체납을 하고 가상자산으로 재산 은닉을 한다는 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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