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전]'팔수록 손해' 전기요금 더 오르나…고강도 구조조정에도 재무개선 '난망'

박기락 기자 입력 : 2022-08-09 09:16 수정 : 2022-08-09 11:04:38
이번 주 2분기 실적 발표…상반기 적자만 13조원 넘을 듯 10월에도 추가 요금인상 예정…4분기 물가 상황 변수
박기락 기자 2022-08-09 11:04:38
  • 카카오스토리
  • 밴드
  • 웨이보
  • URL 공유하기
  • 카카오톡

한국전력 영업이익 추이 [그래픽=아주경제]

올 1분기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의 재무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전기요금 인상에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며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요금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연간 영업손실이 20조~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6조원대 자구노력만으로는 재무개선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번 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업계에서는 2분기에 한전이 5조3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1분기 7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의 상반기 적자 규모만 13조원을 넘는 셈이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급등한 국제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적자가 늘고 있다.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도매기준가격(SMP)이 판매단가를 넘어서며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 통합(육지·제주) SMP는 킬로와트시(㎾h)당 154.42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70.65원보다 두배 이상 올랐다. 이후 2월 197.32원/㎾h, 3월 192.75원/㎾h, 4월 202.11원/㎾h으로 상승세를 나타낸 SMP는 5월과 6월 140.34원/㎾h, 129.72원/㎾h으로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 1~5월 한전의 구입단가가 ㎾h당 108.2원인 점을 감안하면 팔수록 손해가 누적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3분기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8월 2주차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대 전력 수요 규모는 9만170~9만5700㎿ 수준이다. 

한전의 재무 부담이 커지자 지난 6월 정부는 올 3분기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 인상했다. 하지만 최근 SMP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 정도 요금 인상으로는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한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전력도매가격 상한제'마저 민간 발전업계의 커다란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며 SMP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을 두는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한전과 민간발전소가 분담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민간 발전사들은 한전 적자의 주요 원인이 한국가스공사의 비싼 천연가스 공급가격 때문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 발전사 협·단체 등은 8일 성명서를 통해 "민간 직도입 발전사는 올 1분기 가스공사 대비 40% 저렴한 천연가스를 도입해 국민 부담을 완화해 왔다"며 "발전 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한전 전기구매단가만 규제하는 등 실질적으로 민간 발전사의 수익을 제한해 국가 전력·열 공급 안정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역대 최고 SMP를 기록한 올 4월 가스 도매가격은 Gcal당 12만131원으로 8월분 가스 도매가격(12만7096원)이 4월분보다 높다. 따라서 이달 SMP가 다시 한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통상 8월은 천연가스(LNG) 가격이 높지 않은 시점임에도 유럽 국가 등이 겨울철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인 중국은 어떤 의도에서 적극적인 확보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달라질 경우 가격이 또 한번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한전이 내놓은 자구책 역시 근본적인 요금제 개편 없이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한전은 지난 5월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경영 효율화와 자산매각 등을 통해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이루겠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해외 석탄발전소 사업을 비롯한 보유 부동산 일부와 한전기술 등 계열사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올해 적자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자구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상황이 변수다. 앞서 정부가 기존 규정까지 손봐가며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연간 최대폭인 ㎾h당 5원 인상한 터라 규정대로라면 연내 추가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3분기에도 약관 개정을 통해 연료비 조정단가가 인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4분기에도 추가로 이를 개정해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올 10월에도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기준연료비가 ㎾h당 4.9원 인상이 예정돼 있어 높은 물가 상황이 변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단과의 티타임(비공개 정례브리핑)을 갖고 "올해도 에너지 가격이 높은 상황으로 한전 적자가 이어질 것 같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