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유업계와 국민을 갈라놓는 정부...유가 그렇게 잡는 거 아니에요

김성현 기자 입력 : 2022-07-10 07:00 수정 : 2022-07-10 14:15:44
김성현 기자 2022-07-10 14:15:44
  • 카카오스토리
  • 밴드
  • 웨이보
  • URL 공유하기
  • 카카오톡
정치권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안정대책 중 하나로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정유업계가 돈을 잘 버니 일부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분기 실적의 5%를 걷어야 한다는 내용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이 경제를 살리고, 정부는 지원만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아이디어다.

국내 정유사들이 유례없는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업계는 정제마진이 배럴당 8달러 정도 되면 이익을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첫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22.87달러였으며, 넷째 주에는 29.5달러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대치다.

이를 본 정치권은 저 돈을 뺏어와야겠다고 생각한 듯싶다. 그리고 그 돈을 정부가 잘 쓰면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정유업계가 내수 판매를 통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다고 알고 있는 정부 인사들이 있다. 정유업계가 큰돈을 버는 것은 바로 수출이 잘되기 때문이다. 정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 매출의 60~70%가 수출에서 발생한다. 내수시장을 상대로는 이미 유류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마진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수치로도 증명이 되는데 올해 1분기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하며, 11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금액은 120억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5.3% 늘어 1분기 증가율로는 지난 2000년(118.2%)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1분기 국가 주요 수출품목에서도 자동차를 제치고 4위를 기록했다.
 
내수시장을 보면 지난 1~5월 휘발유, 등유, 경유의 국내 소비는 1억906만 배럴로,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에도 전년 동기(1억877만 배럴) 대비 0.27% 증가한 데 그쳤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 인상 폭을 봐도 내수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국제시장에서 휘발유(92RON) 가격은 1월 평균 96.18달러에서 지난달 148.85달러로 54.76%가 뛰었으며, 같은 기간 경유(0.001%) 가격은 99.16달러에서 176.83달러로 78.33% 대폭 증가했다. 소비자가 국제 석유제품 거래시장에서 가서 직접 샀을 때 가격이 이것이다. 주유소 기름값에는 여기에 유통마진, 주유소 마진 등이 더해진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을 보면 휘발유의 1월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635.22원에서 지난달 2084원으로 27.44%, 올랐다. 경유는 1월 평균 리터당 1453.53원에서 지난달 2089.03원으로 43.72% 증가했다.

휘발유는 국제가격과 비교해 27.32%포인트, 경유는 34.91%포인트 증가 폭이 낮다. 800~900원 수준인 유류세가 고정비임을 고려하더라도, 전 세계 석유제품 가격 증가 폭과 비교하면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선방했다.

하지만 횡재세를 징수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미 제로마진 수준인 내수시장 판매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다면 정유사는 공급가를 올릴 것이고, 결국 국민 부담이 더 늘 수 있다. 사실상 횡재세를 국민에게서 가져가는 셈이다.

길 곳곳에 서 있는 주유소 가격알림판은 가장 쉽게 물가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다. 한국은 산유국이 아닌 만큼 대외 환경에 따라 기름값이 결정된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없는 것처럼 국제유가를 낮출 수도 없다. 이럴 때 정부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정유업계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이익을 뺏는 것이 아닌,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게 하고 더 윤택한 일자리와 건전한 산업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부는 친기업 정부라 하지 않았나. 
 

[사진=아주경제 DB]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