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침체 "가늘고 길다"…현금 넉넉히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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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침체 "가늘고 길다"…현금 넉넉히 확보해야

윤주혜 기자 입력 : 2022-07-04 15:16:19
  • 경기침체, 10개월 이상 지속될 것

  • 현금 보유량 늘려야

다가오는 경기침체가 ‘가늘고 길게’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구원투수로 나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경기침체는 평균 10개월간 지속됐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 오래가는 대신 비교적 완만한 형태를 띨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약하다고 한들 경기침체는 경기침체"라며 실업률 급등 등 경제 전반에 고통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침체, 10개월 이상 지속될 것

지난 6월 15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모습. [사진=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에 맞닥뜨릴 경기침체는 과거에 비해서 강도가 완만할 수 있지만,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7~2009년 발생한 금융위기와 1980년대의 경기침체보다 덜 고통스럽겠지만, 쉽사리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다. 경기침체 때마다 통화정책을 전환했던 연준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정책 방향을 틀기가 어려워서다.
 
노무라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덴트는 “그것(경기침체)이 길어질 것”이라면서 올해 4분기에 경기침체가 시작해서 내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가량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침체가 비교적 완만하더라도 고통은 상당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12번의 경기침체가 발생했는데, 평균적으로 GDP가 약 2.5% 위축됐고 실업률은 약 3.8% 증가했다. 기업 이익은 약 15% 하락했다. 경기침체는 평균 10개월가량 지속했다.
 
블룸버그는 “(경기침체의 강도가 완만하더라도) 적어도 수십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실적 하락으로 타격을 입은 주식시장은 추가 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JP모건 체이스앤컴퍼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페롤리는 최근 “위험할 정도로 경기침체에 가까워졌다”면서 미국의 올해 2분기 GDP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1%로, 3분기 전망치도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긴 시간이 될 수 있다”면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길게 지속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알리안츠의 수석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1970년대처럼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식의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보다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성급히 완화하는 실기를 저질렀다. 엘 에리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끄는 현 연준이 과거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더 깊은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이코노미스트인 애나 웡은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내려갔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연준은 (금리인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경기침체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침체의 위험이 있지만, 연준의 금리인상을 견디고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가 여전히 양호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민간 경제학자들은 파월 의장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 투자은행인 스티펠 니콜라우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린제이 피에자는 “경제가 흔들리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며 “이제 우리의 의문은 경기침체가 올 것인가가 아니라 경기침체의 깊이와 지속 기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나 2007~2009년 금융위기 때처럼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골드만삭스그룹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지금의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뿌리 깊게 내재돼 있지 않다는 점을 주목한다. 지난 1979년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연준을 이끌기 시작했을 때는 거의 10년간 물가 압력이 지속된 상황이었다. 1980년대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소비자, 은행 및 주택 시장은 2007~2009년보다 튼실하다.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가처분 개인소득에서 가계부채 비중은 9.5% 수준이다. 2007년 말 기록한 13.2%보다 낮다.
 
주요 은행들은 최근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 주택시장 역시 급락할 수는 있지만 지난 금융위기 때처럼 붕괴하는 식으로 가진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웰스파고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제이 브라이슨은 “지난 2년 동안 기업들은 직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대량 해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에 따른 노동자 부족으로 인해 대량 해고가 나타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현금 보유량 늘려야
경기침체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만큼, 경기침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CFP이자 스라이브 리타이어먼트 스페셜리스트즈의 설립자이자 사장인 앤서니 왓슨은 CNBC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별 주식보다 펀드를 선택해야 회사의 파산 등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왓슨은 “경기침체에서는 가치주가 성장주를 능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포트폴리오에 성장주와 함께 가치주를 담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채권에도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시장 금리와 채권 가격은 일반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은 채권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금리는 오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6월 14일 3.48%를 돌파해 11년 만에 최고 금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왓슨은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금리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채권 가격이 회복할 것으로 봤다. 주식 손실을 채권 가격 상승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PRW 웰스 매니지먼트의 허먼은 “만기가 더 짧은 고수익 채권이 현재 매력적이며 우리는 이 분야에서 고정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금 보유량을 늘릴 것을 강조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예금 금리로 인해서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이지만, 현금만 한 완충 장치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 만큼, 두둑한 현금은 필수란 조언이다. 
 
그린비어드바이저리의 자산컨설턴트인 캐서린 발레가는 “비상 저축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잠재적인 해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12~24개월 수준의 생활비를 저축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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