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보다 먼저 RE100에 이름 올린 라인..."2025년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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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보다 먼저 RE100에 이름 올린 라인..."2025년 탄소중립"

강일용 기자 입력 : 2022-06-17 16:20:00
  • 日 Z홀딩스 계열사로 RE100 멤버 합류...본사보다 15년 빠른 탄소중립 계획

  • 새 무역장벽으로 떠오르는 RE100...한국 기업은 재생에너지 구매 어려움 직면

[사진=라인]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계열사인 '라인'이 RE100에 가입했다. 국내 IT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행보를 시작한 것에 따른 성과다. 

17일 클라이밋그룹에 따르면 지난 7일 일본 Z홀딩스와 그 산하 기업들의 RE100 가입이 승인됐다. 지난 2월 '2030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고 RE100 가입을 추진한 지 4개월 만이다.

Z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일본을 필두로 전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50 대 50 비율로 지분을 출자해 공동 경영하는 회사다. 산하에 라인, 야후재팬, 조조타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데자와 다케시, 신중호, 마스다 준 등 사내이사 6명 가운데 절반이 네이버(라인) 출신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RE100 가입에 따라 Z홀딩스와 산하 기업들은 2030년까지 기업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전체 이용 에너지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지속해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함으로써 100% 재생에너지 사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라인은 지난 2월 다른 계열사보다 5년 빠른 2025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라인은 △데이터센터 내 에너지 절약 성능이 높은 기기 사용 △서버 집약화를 통한 에너지 절약 △종이 없는 사내 문화 조성 △야간 자동 소등 △에어컨 가동 시간 제어 △친환경 사무용품 구매 등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내놨다.

◆네이버 본사도 2040년 탄소중립...RE100 가입은 "추진 중"

RE100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협약체)다. 영국의 비영리 환경 단체 클라이밋그룹과 환경 정보 공개 시스템을 운영하는 CDP의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 중이다. 6월 기준 전 세계 372개 기업이 가입했다.

네이버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2040 카본 네거티브'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본 네거티브란 기업 운영에서 발생하는 탄소뿐만 아니라 대기에 있는 더 많은 탄소도 함께 제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와 사옥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2040년엔 이를 10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제2사옥에 지열과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있고, 2023년 완공 예정인 제2 데이터센터에는 친환경 외기 냉방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라인이 아닌 네이버 국내 법인이 언제 RE100에 가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는 RE100 가입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생에너지 정책 차이가 한·일 기업 RE100 격차 만들어

네이버가 국내보다 일본에서 먼저 RE100에 가입하고, 15년이나 빨리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일본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과 무역장벽 해소를 위한 RE100 가입 독려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며 관련 정책 추진을 본격화했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을 강화하는 한편, RE100 참여를 통한 탄소배출 삭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실제로 6월 기준 국내에서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19개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72개 회사가 이름을 올려 미국 다음으로 많은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일본 기업의 RE100 참여율이 높은 비결로는 일본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고정가격 매수(FIT)'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꼽힌다. 일본은 2012년부터 FIT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 판매로 안정적인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했고, 이를 기반으로 2021년 기준 4041개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확보했다. 반면 국내에선 2011년 FIT 제도를 폐지했다가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인해 2018년 재개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본 기업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나 '재생에너지 요금 추가납부(녹색 프리미엄)' 대신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형태로 빠르게 RE100 가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기업은 RE100이 미국·유럽 시장 사업에 필요한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REC 구매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선뜻 가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클라이밋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운 문제가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늦추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쉬운 유럽과 북미 지역의 평균 이행 목표 연도는 각각 2025년, 2027년인 반면 아태 지역은 2039년으로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RE100 회원은 전체 전력 공급량 중 약 2%만을 재생에너지로 공급받고 있다"며 한국의 PPA 부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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