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양극화] 취업자 22년 만에 최대폭 늘었다는데…절반은 노인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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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양극화] 취업자 22년 만에 최대폭 늘었다는데…절반은 노인일자리

조아라 기자 입력 : 2022-06-15 18:00:00
  • 고령층·단시간 일자리 중심…"질은 여전히 취약"

  • "규제 혁파, 세제 개편...민간 고용 창출 뒷받침"

  • 5월 취업자 93만5000명 급증

시민들이 일자리 게시판에서 채용정보를 찾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고용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5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90만명 넘게 늘면서 같은 달 기준으로 보면 2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만 상당 부분이 고령층 직접 일자리여서 연령별 고용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뚜렷한 모양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93만5000명 늘었다. 5월 기준으로 보면 2000년(103만4000명) 이후 최대 증가다. 취업자 수가 100만명 넘게 늘었던 올해 1월(113만5000명)과 2월(103만7000명)에 비해 증가 폭은 소폭 줄었지만, 3월(83만1000명)과 4월(86만5000명)보다는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대면 서비스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5월 고용동향은 일상 회복에 따른 대면 업종 취업자 증가로 전체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취업자 93만명 늘었지만...절반은 '시니어'
문제는 연령별 고용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연령별로 보면 5월 취업자는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다만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가량은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반면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30·40대 일자리는 적어 일자리 질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45만9000명 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분의 절반가량(49%)을 차지했다. 50대 취업자는 23만9000명, 20대 취업자는 18만5000명 늘었다. 반면 한국 경제의 허리 격인 30대 취업자는 6000명, 40대 취업자는 3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공 국장은 "5월 전체 인구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0세 이하가 20만4000명, 30대는 13만명 줄어들었다"며 "인구효과가 있어서 취업 인원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고용률 자체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질을 보여주는 또 다른 통계인 단시간 근로자 비중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는 지난달 감소 전환했다. 그러나 비중으로 따져보면 7.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근무 시간대로 보면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110만2000명 늘고 36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는 13만9000명 줄었다.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39.8시간으로 0.3시간 증가했다.

정부 역시 고용시장의 질적인 취약성은 여전하다고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을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고, 단시간 근로자 비중도 여전히 높아 고용시장의 취약점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세금 투입해 만든 공공 일자리 증가
업종별로도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들어낸 공공 일자리가 증가세를 주도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취업자 수가 증가한 업종을 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7만8000명), 공공행정(9만9000명) 부문에서 크게 늘었다.

지방선거 유세 기간 중 일시적으로 늘어난 일자리도 고용시장 훈풍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선거운동원이 포함되는 협회·단체 취업자는 전달보다 2만4000명 증가했다. 지난 2014년 치러진 6회 지방선거 때는 1만9000명, 2018년 치러진 7회 지방선거 때는 1만2000명이 늘어난 것과 비교해봐도 전월 대비 협회·단체 취업자 수가 많은 편이었다.

대표적인 대면 서비스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3월(-2만명)과 4월(-2만7000명) 연이은 감소세를 끊고 지난달에는 3만4000명 늘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지난달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도소매업(-4만5000명)과 금융·보험업(-3만9000명) 취업자는 감소했다. 공 국장은 "도소매업의 경우 키오스크와 무인점포 등 비대면 확산으로 줄어드는 추세고, 금융·보험업 역시 온라인 활성화로 점포 수는 줄어들면서 감소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종사자별 지위를 보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90만명(6.1%), 임시근로자는 7만9000명(1.7%) 늘었다. 반면 일용근로자는 9만1000명(-6.9%) 감소하며 지난해 5월부터 1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공 국장은 "요즘 추세가 일용직으로 취업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취업한다면 임시직으로 하는 추세"라며 "건설업에서도 일용직이 줄어드는 등 다양한 업종에서 임시나 상용으로 고용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6만5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만5000명 각각 증가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6만4000명 줄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0%로 1년 전과 비교해 1.8%포인트 오르며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업자 수는 8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9000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3.0%로 1.0%포인트 떨어지며 동월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 "향후 고용 증가세 둔화할 듯"
향후 고용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취업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코로나19 방역 인력 수요가 감소하고, 지난해 기저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용을 둘러싼 경기 여건도 최근 들어 크게 악화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5%를 훌쩍 넘어서는 등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성장은 둔화하고 있어서다. 또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도 여전히 커 고용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재부는 "지난해 고용 회복 흐름이 '마이너스(-)' 기저로 작용했다"며 "코로나 방역 인력 수요 감소, 직접 일자리 종료에 더해 성장·물가 관련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구조 개혁 등을 통해 기업이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게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향후 고용 여건이 녹록지 않으므로 민간 고용 창출력 제고 과제가 담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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