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담합 2차전] 조승환 해수부 장관 리더십 시험대

조현미 기자 입력 : 2022-06-07 19:18 수정 : 2022-06-08 10:23:23
조현미 기자 2022-06-08 10:23:23
  • 카카오스토리
  • 밴드
  • 웨이보
  • URL 공유하기
  • 카카오톡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인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부터 국내외 해운사들의 해상운임 담합은 국제적 관행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해양수산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립하고 있는 해상운임 담합에 관한 공정위의 두 번째 판단이 조만간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심의 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제재 수위 결정에 들어갔다.

해운사 운임 담합은 조승환 해수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부터 정당성을 강조하며 중재 의사를 밝혀온 사안이다. 따라서 이번 공정위 판단은 조 장관 리더십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 한~중·일 운임담합 제재 결정 초읽기

7일 해수부와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한~중과 한~일 수출·입 항로의 국내외 해운사 운임 담합 사건에 관한 심의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한~일, 31일에는 한~중 항로 담합과 관련한 전원회의를 열었다. 전원회의는 공정거래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비상임위원 등 9명 모두가 참여하는 공정위 최고 의결기구다. 심의한 사건에 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 전원회의가 내리는 판단은 법원 1심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마친 만큼 조만간 처벌 여부 등도 확정·공개될 전망이다. 전원회의 결과는 이르면 일주일 뒤 공개된다.

애초 공정위 전원회의는 지난 4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조금씩 늦춰졌다. 공정위는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로 중국 국적 해운사 업무에 차질이 생긴 점을 고려해 심사보고서 의견서 제출 날짜를 2주 연장했다. 피심인(기업)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다. 기존 마감일은 업체들의 3주간 검토 기간이 끝나는 지난 4월 15일이었다.

중국 항로와 관련해 심의에 넘겨진 20여개 해운사 중 11곳이 중국에 본사가 있다. 일본 항로 관련 10여개 해운사 중 유일한 외국적 선사도 홍콩에 본사를 둔 사실상 중국 선사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월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위는 우리나라와 동남아 수출·수입 항로 운임을 담합해온 12개 국적 선사와 11개 외국적 선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 "법 위반" vs 해수부 "국제적 관행"

국내외 해운사의 해상운임 담합을 둘러싼 공정위와 해수부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공정위는 한~중·일 운임 담합 관련 심사보고서에서 국내외 해운사 20여곳이 약 17년간 담합해 운임을 올리면서도 절차상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검찰 공소장에 해당하는 서류다.

공정위가 지적한 절차상 요건은 해운법에서 정한 '해수부 장관에 대한 신고와 화주 단체 협의'다. 해운법 제29조는 선사들 공동행위를 허용하지만 조건이 있다. 공동행위 결정을 30일 이내에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 전에 합의한 운송 조건 정보를 화주 단체와 충분히 교환·협의하도록 했다.

4년간의 심리를 거쳐 올해 1월 과징금 처분이 나온 한~동남아 운임 담합 사건도 이같은 이유로 제재가 결정됐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당시 관련 브리핑에서 "해운법 29조는 내용상·절차상 엄격한 요건의 정기선사 공동행위를 인정하고 있으나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정당한 행위가 아니며, 통상적인 공동행위와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고 심의에 들어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해운업 특수성과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반경쟁적 행위는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12개 국적 선사와 11개 외국적 선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해수부는 해운사들 운임 담합은 정당한 공동행위라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지난해 7월 운임 관련 122건의 세부 협의에 관해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해운 업계 특수성을 고려할 때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다.

같은 해 9월 당시 엄기두 해수부 차관도 국회에서 "해운 시장은 절대적으로 화주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공동행위가 법에서 인정돼 왔다"며 업계 특수성과 정당성을 강조했다.
 

HMM이 해상운임 담합 사안으로 재차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화물을 싣고 운항 중인 HMM 선박 [사진=HMM]

조승환 장관 '중재' 통하나

윤석열 정부 초대 해수부 장관인 조 장관 역시 같은 생각이다. 조 장관은 지난 4월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운에는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이뤄져 오던 국제적 관행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운임 담합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실제 조 장관이 이끄는 해수부는 지난달 열린 전원회의에서 공정위 측에 해운산업 특수성과 과징금 부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설명하고, 불법성이 없다는 선사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조 장관은 중재자 역할도 자청하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달 25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와 해수부 모두 나름대로 입장이 있지만 조정할 수 있게 하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장관 후보자 시절에도 "소위 담합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 입장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감지되면서 국내 주요 해운사들이 재차 제재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한~중·일 운임 담합 관련 대상 기업에는 지난 1월 동남아 담합으로 처벌을 받은 HMM·고려해운·장금상선·흥아라인 등이 포함돼 있다.

조 위원장이 여전히 공정위 수장인 점도 처벌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닷새 전인 지난달 5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자 결정이 늦어지며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9년 9월 취임한 조 위원장은 올해 9월까지가 임기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기존 입장과 함께 한~중 항로 특수성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중 항로는 우리나라 해수부와 중국 교통운수부가 매년 해운회담을 열어 별도로 노선 관리를 한다. 그러면서 "해운 업계 불확실성을 낮출 공정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