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재계약 전세 세입자 4중 1명 계약갱신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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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재계약 전세 세입자 4중 1명 계약갱신권 포기

신동근 기자 입력 : 2022-05-12 06:00: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입자가 전세금을 5% 이상 올려 줄 테니 재계약을 해 달라고 해서 고민이에요. 저는 비과세를 위해 2년간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할 생각이거든요." 

경기 광명시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김모씨(33)는 세입자와 다시 한번 전세계약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2년간 거주하고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해 올해 하반기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에게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세입자가 전세금을 5% 이상 올려줄 테니 2년간 더 거주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전셋값을 주변 시세에 맞춰서 합의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1월 1일~5월 11일)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거래는 1만3170건이었으며 이 중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계약은 3481건(26.4%)으로 나타났다. 세입자 4명 중 1명이 자의 혹은 타의로 개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 

임대차계약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해 재계약을 하면 전세금을 직전 보증금 대비 5% 이하로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재계약이라도 계약갱신요구권을 쓰지 않고 합의를 진행하면 집주인과 기존 세입자가 협의해 상한선인 5% 이상 가능하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임대료가 5% 이상으로 뛰는 계약이 많았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거래 시 평균 전셋값은 직전 전셋값에 비해 17.23% 상승했으며, 5% 이상(5.05% 이상으로 집계) 보증금을 올린 거래는 2281건이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체 전세 계약은 4만3093건으로 5% 이상 올린 전세 거래는 5.30%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주변 임대료가 크게 올라 이중가격이 흔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는 등 이유로 나가 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5% 이상 전셋값을 높여 계약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주변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갈 곳이 없어진 세입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5%보다 높은 금액으로 집주인과 합의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전셋값은 급등했다.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지난 3월 0.02% 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2019년 7월부터 꾸준히 모든 달 올랐다. 3월 하락 전환하고 한 달 뒤인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다시 한번 상승 전환(0.06%)했다.

특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이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 1년간(2019년 7월~2020년 6월) 전세가격은 2.38%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시행 후 1년 동안(2020년 7월~2021년 6월) 16.56% 올랐다. 또 202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도 4.53% 올랐다. 

게다가 오는 8월 갱신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권일 팀장은 "집주인 처지에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4년 동안 못 올릴 가능성이 있어 전체적인 전셋값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부분은 임대차보호법의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것은 세입자의 권리"라며 "세입자가 이를 쓰지 않고 (높은 가격에 계약하더라도 정부 측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만약 나중에라도 이번 계약에서 못 쓴 계약갱신요구권을 쓰고 싶다면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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