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퍼펙트스톰 경고음] 우크라戰이 몰고온 물가 파고…요동치는 국제유가·곡물 가격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 2022-05-01 15:01 수정 : 2022-05-01 18:10:17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2022-05-01 18:10:17
  • 카카오스토리
  • 밴드
  • 웨이보
  • URL 공유하기
  • 카카오톡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세)이 가속화하면서 세계경제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쟁 시작부터 예견됐던 물가상승 국면이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려와 불안은 이제 공포로 뒤바뀌고 있다.

러시아에 가해진 국제 제재에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곡물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에 에그플레이션 폭풍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시장에서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아직 추가로 상승할 여지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 수입금지···생산량 증산은 없을 듯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러시아 석유 금수조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는 2018년 이후 국제원유 가격이 월별 기준으로 가장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제유가는 5개월 연속으로 상승을 이어갔다. 코로나19 확산 속 중국 일부 지역 봉쇄로 수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기는 했지만, 유럽연합(EU)이 적극적으로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에 나서면서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EU 차원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에 반대했던 독일 정부가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단계적인 금수조치에 찬성 의사를 표시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들썩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EU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독일 정부가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 반대를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구체적인 방침은  다음주 중에 결정된다고 전했다. 

앞서 독일은 EU 내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를 반대해왔다. 독일의 러시아 석유 의존 비중은 35%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정부는 러시아 원유 의존 비중을 12% 수준으로 낮췄다며 수일 내로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30일 러시아 원유 최대 소비처인 EU가 올해 연말까지 러시아 석유 전면 수출금지 조치를 제안할 것이라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EU는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은행들을 향후 더 많이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정)에서 배제하는 등 제재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플러스(OPEC+)는 오는 5일 향후 생산 계획과 관련한 회의를 연다. 시장에서는 OPEC+가 현재 생산 계획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은 지난달 러시아 제재로 역대 최악 수준의 석유 공급 쇼크가 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른 산유국들이 러시아 원유 공급 감소분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럽연합(EU)에 전달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한 바 있다. 당시 OPEC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증산을 요구하는 EU 측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온 세계 원유시장의 위기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곡물 가격, 악재 위에 또 악재 사상 최고가 경신
유가뿐만 아니라 식량 위기에 대한 공포 역시 시장에 퍼지고 있다. 밀에 이어 옥수수와 콩(대두) 가격도 사상 최고가에 육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남미의 이상고온과 가뭄, 바이오연료 수요가 증가하는 등 각종 요인이 합해진 탓이다.

옥수수 선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한때 부셸당 8.2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가에 근접했다. 옥수수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거의 38%가 올랐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는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부셸당 8달러가 넘어섰다. 

곡물 가격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생산국 중 하나다. 국토의 55%가 경작이 가능한 지역이며, 농업 종사자는 전체 인구의 14%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규모는 278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무려 41%나 차지한다.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생산 차질은 세계 곡물시장을 격렬하게 뒤흔들고 있다. 특히 옥수수, 밀 등의 타격이 컸다. 

여기에 미국 날씨 악화와 남미의 옥수수 생산량 감소마저 겹쳤다. 미국에서 춥고 습한 날씨로 경작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곡물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옥수수 주요 생산지역인 미국 중서부 지역의 이번주 옥수수 파종률은 1년 전(1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에 불과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사정은 다른 곡물도 다르지 않다. 대두 가격도 올해에만 약 26%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부셸당 17달러를 넘겼다. 통상적인 가격의 2배 수준이다. 대두 가격은 주요 경작지인 브라질의 이상고온과 가뭄 탓에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크게 상승했다. WSJ는 "밀과 귀리, 식용유 가격이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옥수수와 대두 가격까지 역대 최고가를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이면서 식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지난 3월 미국 식품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8.8%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은행(WB)은 식품 가격이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기상악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 여파로 약 31% 급등했으며, 올해에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23% 더 오를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면서 곡물 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