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통·에너지·환경세 3년 연장 추진…"장기 운용방안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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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교통·에너지·환경세 3년 연장 추진…"장기 운용방안 밝혀야"

최다현 기자 입력 : 2021-09-17 08:00:00
  • 목적세, 재정 운용 경직성 초래…폐지 추진했지만 일몰 연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몰 혹은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1994년 도입 이래 27년째 일몰을 연장해가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과세의 목적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으로 향후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친환경차 전환과 연계한 개편 논의가 시급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몰 연장의 쟁점과 시사점'을 통해 "그동안 정부가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장기적 운용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채 2009년 이후 폐지법률의 시행일을 3년마다 반복하여 연장해 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기국회에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일몰 연장 여부와 개편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인 휘발유와 경유의 반출량과 수입량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도로, 도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소요되는 재원과 에너지·자원 사업 및 환경 보전·개선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획재정부의 2020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징수된 교통·에너지·환경세액은 13조9000억원이다. 최근 10년 동안의 세수 추이를 보면 2011년 11조5000억원을 기록한 후 점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17년에는 1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8~2019년에는 탄력세율 인하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로 인해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국세 수입 대비 비중도 2011년 6.0%에서 2020년에는 4.9%로 하락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교통시설특별회계, 환경개선특별회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등 3개 세수로 각각 73%, 25%, 2%가 전입되고 있다.

세제가 만들어진 1994년 명칭은 '교통세'로, 2003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도입 당시만 해도 SOC가 늘어나 과세기한이 계속 연장됐고, 2007년부터는 명칭을 변경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긴 역사 만큼 교통·에너지·환경세제를 둘러싼 각종 논쟁이 제기돼왔다. 2008년에는 목적세로 운영되는 방식이 재정 운영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유류에 대한 과세 체계를 복잡하게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별소비세와의 통합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2009년 1월 폐지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010년 1월 시행 예정으로 공포됐다.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같은해 9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의 유효기간과 폐지법률의 시행일을 모두 연장하는 법률안을 제출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올해 12월 말이면 일몰될 예정이지만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2일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의 유효기간을 2024년 12월 31일까지로 3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통·에너지·환경세법 폐지법률 시행일이 계속 연기된 이유는 세수가 전입되는 특별회계의 재원 확보 방안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다른 목적세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정부는 2009년 교통·에너지·환경세와 더불어 다른 목적세의 폐지법률안을 같이 제출했지만 교육계와 농어민의 반대로 인해 국회에서 의결되지 못했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교통·에너지·환경세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도로 관련 SOC 투자가 더 이상 불필요한 점, 과세의 뚜렷한 목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면 발생하는 세수로부터 전입되는 환경개선특별회계의 비중이 높아질 필요가 있어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폐지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온다. 목적세가 재정 운용을 제한하고 경비지출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단점도 있지만, 반대로 특별회계 사업들에는 재정적 버팀목이라는 장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활용하고 있는 부처에서는 존치를 주장한다.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수 비용을 고려하면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7%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후대응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약 1조원가량의 재원이 세수에서 나오는 셈이다.

다만 입법처는 "목적세로서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운용방향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폐지법률 시행일을 3년마다 관성적으로 반복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목적세인 교육세는 유효기간 없이 운용되며 농어촌특별세는 유효기간을 10년 주기로 연장해왔다.

최근 보급이 확대되는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에 대한 과세 문제도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몰 연장 논의와 관련해 중요하게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관련 세제는 보유와 운행 단계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현재 친환경차 구매자는 자동차 보유에 대한 자동차세 10만원과 저공해차 세제혜택에 따른 감면한도액을 초과하는 금액이 전부다. 도로 인프라를 함께 이용하는데도 이에 대한 세금 부담은 부족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입법처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더불어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의 보급 확대에 따라 단순히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반 여건들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제언했다.

이어 "친환경차 세제 개편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과 맞물려 있다"며 "현재는 친환경차 시장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극히 일부에 그치는 만큼 세제 혜택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관련 세제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검토·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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