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수요 넘치는데 높아진 대출 문턱…불법사금융 성행 우려

서민지 기자 입력 : 2021-08-30 18:00 수정 : 2021-08-30 18:00:00
5대 시중은행 '연봉이내 신용대출' 규제 실시 대출억제 준비없이 전방위적 대출 옥죄자 대출절벽 떠밀린 실수요자 불법사금융으로 대부업법 개정안 등 안전망 확보도 미비
서민지 기자 2021-08-30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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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전방위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당장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출억제 준비 없이 긴박하게 이뤄진 탓에 혼란에 빠진 소비자들이 대출절벽으로 떠밀리면서 고금리인 대부업이나 P2P, 불법사금융이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외국계 씨티·SC제일은행,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은 지난 27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상품 대부분의 최대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연봉 이내 신용대출' 실행 시점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다음 달 중순 전까지는 대부분의 은행이 규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하자 은행권이 단 2주 만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과 외국계 씨티·SC제일은행,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이 지난 27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 상품 대부분의 최대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5대 은행 가운데 올 들어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NH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신규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 소득의 100%로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27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그뿐만 아니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 조이기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대출규제 강화를 통해 대다수 금융소비자들은 올 연말까지 신용대출로 억대의 큰 돈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패닉에 빠진 실수요자들이 은행권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P2P금융과 대부업은 물론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미 은행권에서 나타나는 조짐은 심상치 않다. 막차를 타려는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다. 일주일 새 신용대출 증가폭이 6배로 뛰는 등 우려했던 가(假)수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3조1804억원으로, 지난 20일 이후 일주일 만에 2조8820억원이나 불었다.

최근에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잔금일을 앞두고 P2P와 대부업 대출 문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P2P업체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로 꼽힌다. 불법사금융 이용 역시 크게 늘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를 통한 신고·상담 건수는 919건이었다. 상반기(1~6월) 대비 월평균 상담 건수는 22%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제도권 밖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실수요자들을 보호할 안전망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추진한 불법사금융의 고금리 이자수취를 제한하는 법안은 반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불법사금융업자의 이자를 6% 초과해 수취할 수 없도록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정무위에서 계류 중이다. 

불법사금융의 규모 및 평균 수취 이자율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피해자와 사법기관으로부터 의뢰받은 5160건의 미등록대부업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환산 평균이자율이 401%로 등록 대부업자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불법사금융은 취약계층에게 약탈적 고금리‧불법추심 등을 일삼는 악의적 금융범죄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고 단순 미등록영업으로 취급되고 있어 불법사금융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불법사금융업자의 부당이득 수취 및 채무자의 과다한 금리부담 등 사회적 폐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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