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 공인 계획 무산하나?...'WB 거부·IMF 미국 눈치'에 난감

최지현 기자 입력 : 2021-06-17 17:48 수정 : 2021-06-17 17:48:52
최지현 기자 2021-06-17 17: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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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에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난색을 표했다. 엘살바도르는 이들 기관으로부터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향후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는 WB가 엘살바도르 정부의 기술 지원 요청에 대해 "비트코인이 (채굴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통화 투명성에서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

이날 앞서 알레한드로 젤라야 엘살바도르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구현하기 위해 WB에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WB는 이에 거절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앞서 지난 9일 엘살바도르 의회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승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후 엘살바도르 정부는 향후 3개월 안에 자국에서 비트코인과 미국 달러화를 통용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일정을 세운 상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엘살바도르 자국의 은행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은행 모두에서 미국 달러화와 비트코인을 엘살바도르의 법정 통화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여기에는 WB와 IMF 등 관련 국제기구의 기술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엘살바도르는 IMF에도 이미 같은 요청을 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날 젤라야 장관은 "IMF가 해당 결정에 반대하진 않는다"면서 성공적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IMF 측은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제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비트코인의 법정 통화 채택은 거시경제와 금융, 법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와 함께 엘살바도르 정부는 국가적으로 비트코인을 구비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한 논의도 IMF와 진행 중이다.
 
IMF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지원의 명목으로 엘살바도르 정부에 3억8900만 달러(약 4398억원)를 빌려준 상태이며, 엘살바도르 측은 추가 지원을 요청하며 IMF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법정 통화 시도와 미주기구(OSA)의 반부패 협정 탈퇴로 미국 행정부와 갈등 국면을 보이는 엘살바도르 정부의 최근 행보가 IMF와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2023년까지 자국의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가 대출 지원을 요구한 것에 대해 IMF 측은 기존 부채 이자율을 높여주지 않으면 이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애머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시오반 모르덴 라틴아메리카 채권 전략 책임자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IMF의 자금 지원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을 해결책은 없다"면서 "특히, 비트코인 법정 통화 채택 결정이 엘살바도르의 국제 관계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비판적 진단을 내렸다.
 
엘살바도르의 국채는 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2032년 만기 엘살바도르 국채의 가격은 달러당 96.25센트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보다 2센트 이상 급락했으며, 미국 국채와의 격차(스프레드) 역시 전날 4개월 내 최고치인 725bp(7.25%·1bp=0.01%)까지 벌어진 후 16일 705bp 수준으로 내려왔다.
 

2032년 만기 엘살바도르 국채 금리 추이. 국채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금리(수익률)는 떨어진다.[자료=Cbo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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