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VE, 대한류 시대가 온다] ⑬ 공정거래법부터 조세행정까지… 정부 '시스템' 수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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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VE, 대한류 시대가 온다] ⑬ 공정거래법부터 조세행정까지… 정부 '시스템' 수출한다

최다현·임애신 기자 입력 : 2021-01-11 00:10:00
  • 공정위, 개도국 공무원 대상 경쟁법 연수… 현지 진출 기업 지원까지

  • 전자세정 노하우 집대성 'NTIS', 민관 협력으로 수출길 '활짝'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일군 한국의 경제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1.1%로 잠정 집계됐다. OECD는 "한국은 효과적인 코로나19 방역조치로 OECD 회원국 중 성장률이 가장 작은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8%를 제시했다. 미국(3.2%), 일본(2.3%), 독일(2.8%), 프랑스(6%), 영국(4.2%) 등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치지만, 이들 국가의 고성장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으로 3~11% 역성장한 데 대한 반동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방역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히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부터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환난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파고인 'K-WAVE'를 전 세계에 파급시킬 채비를 마쳤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 성장은 반도체, 스마트폰, 소재·부품·장비(소부장)라는 3대 효자 산업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미래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차가 경제 성장의 새 원동력으로 합류한다. 조선, 건설기술도 경기가 풀리면서 반등할 전망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5G, 진단키트 등 한국이 전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게임, 영화, K-팝처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크로FN+지급결제, MTS, 공정거래법+전자세정 등 한국의 앞선 디지털 환경도 널리 파급시킬 필요성이 있다. 이에 본지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역들을 집중 조망하기 위해 'K-WAVE가 온다'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①반도체
②스마트폰
③수소차
④소재‧부품‧장비
⑤5G
⑥조선
⑦진단키트
⑧게임
⑨푸드
⑩건설기술
⑪마이크로FN+지급결제
⑫MTS
⑬공정거래법+전자세정
⑭영화
⑮K-POP
⑯전문가 인터뷰<끝>
 
 
대한민국 정부도 'K-WAVE'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선진화된 법과 행정 시스템을 토대로 국가 브랜드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한국 경제의 발전사 속에서 무르익은 경쟁법 관련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고 해외 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를 통해 코리아 파워를 실감케 하고 있다. 'IT 강국'이라는 면모에 걸맞게 이미 전자정부 구축에 성공한 정부는 IT 행정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는 등 'K-행정'을 꽃피우는 모습이다.
 
경쟁 정책 선진국 한국··· 개도국에 경험·노하우 수출
 

[아주경제DB]

공정거래위원회는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공정거래법을 전수하고 있다.

공정위는 과거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경쟁당국으로부터 경쟁법 집행 관련 노하우를 배웠다. 그러던 공정위가 2007년에 경쟁 정책을 몽골에 사상 처음으로 수출했다.

공정위는 이후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국가 등 국제 협력의 필요성이 큰 개발도상국의 경쟁당국에 자문관을 파견하고 있다. 해외로 나간 자문관은 현지에 한국의 경쟁법과 제도, 집행 경험 전수를 위한 정책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는 경쟁 정책 집행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아시아 지역 개도국에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역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동시에 아시아 지역 국가의 요구도 맞아떨어졌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역사적 경험이나 경제적 여건이 유사한 한국으로부터 경험과 제도를 전수 받으려는 수요가 많았다.

2008년부터는 공정위가 개도국 경쟁당국을 국내로 초청해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실무 연수는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참여국의 경쟁법 발전 단계와 해당국의 수요에 따라 세부 내용을 조율한다. 예를 들어, 경쟁법과 제도를 도입했지만 집행 경험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 이와 관련한 기술을 지원해 해당 국가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규제 개혁 등 경쟁적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공정위의 활동(경쟁 주창)과 카르텔 조사, 기업결합 심사 등에 사용되는 조사 방법 및 경제분석 기법 등도 다뤄졌다.

이 같은 맞춤형 연수는 개도국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라오스·말레이시아·몽골 등 총 13곳이 참여했으며, 40여명의 공무원이 연수를 받았다.

공정위는 아울러 우리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한 국가에 해당 국가의 경쟁법 주요 내용과 최근 법 집행 사례를 담은 설명 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사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가장 최근에 책자를 발간한 곳은 인도네시아다. 한국 기업은 인도네시아 시장에 2019년에만 9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인도네시아 경쟁법에 따르면 법 위반 행위에 최소 10억 루피아(약 8000만원) 이상의 과징금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가격·시장 분할 담합 행위에는 위반 사업자 연간 총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경쟁법 위반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경쟁당국이 직접 손해배상 결정을 결정한다. 법원 판결 없이도 민사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현지에서 영업을 잘하다가도 현지 법을 잘 몰라 철퇴를 맞은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무지의 결과가 너무나도 가혹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영업할 때 현지 법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매년 공정위 법 집행 현황을 영문 자료로 발간해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이 같은 공정위의 노하우 전수는 우리 기업의 해외 경영 활동을 도울 뿐 아니라, 참여 경쟁당국과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다만,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관련 활동이 중단됐다. 공정위는 대면 연수가 여의치 않을 상황에 대비해 온라인 강의 콘텐츠 제작과 화상회의 등 비대면 방식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황태호 공정위 국제협력과장은 "올해 백신 보급 등으로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면 개도국 직원을 국내로 초청하거나, 공정위 직원을 파견해 경쟁법을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20년 전자세정 노하우 집대성··· 1000억원대 수출로 이어져
 

[국세청 제공]


한국의 선진화된 국세 행정 시스템은 민·관 협력을 통해 수출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세청과 민간기업인 LG CNS가 협력해 한국형 국세시스템 수출을 성사시킨 것이다. LG CNS는 국내에서 현금영수증 시스템, 빅데이터시스템 등 국세청의 주요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 1000억원 규모의 국세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전자정부 분야 단일 시스템 구축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사업은 인도네시아 재무부 국세국에 '인도네시아 국세행정시스템(CTAS, Core Tax Administration System)'을 구축하고, 기존에 구축된 국가재정시스템 및 은행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프로젝트다. 인도네시아의 조세 행정 전반을 시스템화하는 데 한국의 노하우가 전수된 셈이다.

LG CNS가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국세청의 지원도 한몫했다. 이번 입찰에서는 LG CNS를 비롯해 미국과 싱가포르의 다국적기업이 참여해 경쟁을 펼쳤다. 국세청은 인도네시아 재무부 장관에게 국세청장 추천서를 보내며 지원했다.

국세청은 그동안 '전자세정 수출지원 전담팀'을 구성해 개도국 등에 전자세정 상담을 지원하고 자문과 교육을 해왔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재무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현지 및 방한 교육을 통해 한국 전자세정의 우수성을 홍보해왔다. 

국세청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원 확보와 납세 편의 향상, 탈세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전자세정이 자리 잡도록 꾸준하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왔다. 

국세청은 1993년부터 1996년까지 600억원을 투입해 전국 세무관서를 하나의 전산망으로 연결하고, 신고·조사 기능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해 1997년 '국세통합시스템(TIS)'을 구축했다.

TIS로 편의성이 개선됐지만, 신규 사업이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야 했다. 구조가 복잡해지고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증가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이에 변화된 세정환경에 대응하고 세원 관리와 납세 서비스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TIS 전면 개편을 추진했다.

국세청은 2010년 국세통합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년 동안의 준비 기간과 3년 6개월의 구축 과정을 거쳐 2015년 7월,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NTIS, Neo Tax Integrated System)을 개통했다. 

엔티스는 정부기관 최초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2000억원의 예산과 월평균 500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엔티스에는 20년간 누적된 전자세정 노하우가 담긴 1800억건의 빅데이터를 집대성됐다. 엔티스는 납세자들이 이용하는 홈택스와 국세청 직원 업무용인 세정업무 포털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은 국세 신고 안내부터 신고서 접수, 세금납부는 물론 세무조사까지 국세행정의 전체 과정을 전산화했다. 엔티스 도입으로 세무서 신고창구의 혼잡이 사라지는 등 행정 생산성도 향상됐으며, 납세협력비용도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연말정산 시 없으면 안 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은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 영세 자영업자의 신고 편의를 높이는 '모두채움 서비스' 등 납세자들의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도 엔티스 덕분이다. 또한 전자신고 세목을 확대하고 관련 서류를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제고했다.

엔티스는 탈세 대응역량도 높였다. 세무조사를 실시할 때 주로 활용하던 개인별 재산·소득자료, 금융정보뿐만 아니라 엔티스 정보분석을 이용해 해외 출입국 현황, 사치성 자산 취득 내역, 국가 간 정보교환 자료 등을 종합 분석한다. 엔티스의 정보 분석 기능을 기반으로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세계 각국에 'K-전자세정'의 우수성과 성과를 홍보해 시스템 수출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정책에 발맞춰 디지털 정부 해외 진출 확산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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