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조추천이사제' 사실상 무산…관심은 IBK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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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노조추천이사제' 사실상 무산…관심은 IBK로

서대웅 기자 입력 : 2020-10-29 19:00:00
  • 이사회, 주총 참고서류 통해 공식 거부

  • 기업은행, 사외이사 교체시기 가장 빨라

  • 노사 이미 합의…내년 초 도입은 미지수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개최한 사외이사후보추천 주주제안 기자회견에서 류제강 조합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금융 노동조합이 추진하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노조 내에서도 나온다. 금융권 관심은 사외이사 교체 시기가 가장 빠른 IBK기업은행으로 옮겨지게 됐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28일 주주총회(11월 20일) 소집공고를 내며 참고서류를 통해 노조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사회는 "기존 이사 퇴임 등 불가피한 사유 없이 임시주총에서 주주제안 후보들이 추가로 선임되면, 이사회와 위원회 구성 변경이 불가피하고 이사회 운영에 혼란도 예상된다"며 "이 같은 이유로 본건 주주제안이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제3호와 4호 의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3·4호 의안은 각각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2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이다. 앞서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29일 이사회 사무국에 이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사회가 결의 안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권 한 노조 관계자는 "이사회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찬성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사회의 반대 입장으로 그럴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66%에 달하는 반면,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1.22%에 그친다.

금융권은 오히려 기업은행을 주목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여당 최고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노조추천이사제를 강하게 추진 중인 기업은행 노조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이 제청해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주총을 거쳐야 하는 민간 은행에 비해 정부 의지에 따라 도입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김정훈(내년 2월)·이승재(내년 3월) 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초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사 합의도 이뤄진 만큼 지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앞서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1월 노사 공동 선언문을 내며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윤종원 행장이 서명한 이 자리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참석했다.

다만 내년 초 도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윤 행장은 지난 4월 취임 100일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추천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1월 노사 합의 당시보다 도입에 대한 입장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운영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2017년 말 금융행정혁신 최종권고안을 통해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경영자와 근로자가 조직의 성과에 공동으로 책임지는 문화를 정착시켜 주시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당시 혁신위원장이 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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