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사모펀드 사태, 공신력 가진 은행들의 중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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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초대석]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사모펀드 사태, 공신력 가진 은행들의 중개 탓"

서대웅 기자 입력 : 2020-10-07 19:00:00
  • 고객 신뢰 이용 고위험상품 판매 맞지 않아…시장 흐리는 운용사 관리 필요

  • 부동산 정책, 가계부채 부실화 초래 우려…최고금리 인하, 마냥 좋은 것 아냐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9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문제가 된 사모펀드에 고객들은 왜 가입했을까요. 은행 등 판매사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자산운용사가 어디인지보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죠. 은행이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안 어울려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아주경제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각종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윤 의원은 한국금융연구원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지낸 금융전문가다.

윤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는 부채 총량보다 '질'을 고려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내에서 제기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가 선(善)이라는 공식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제도금융권에 편입된 P2P(온라인투자연계) 금융시장은 '제한적인 규모'를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분야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화폐(CBDC)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모펀드 사태 주원인은 '중개 역할'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여 동안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는 이슈는 단연 '사모펀드 사태'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부터 시작해,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라임·디스커버리·젠투·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 금융사가 판매한 사모펀드에서 잇따라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라임 등 자산운용사는 상품 설계 단계부터 사기를 벌여 대표가 구속되기까지 했다.

사모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운용을 맡고, 은행이나 증권사는 상품을 판매하는 중개 역할만 한다. 윤 의원은 이 '중개 역할' 때문에 사모펀드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사태가 발생하고 이 회사(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에 가봤어요. 삼성동 한전부지 근처 작은 빌딩 1층에 있던데, 직원들은 모두 해고되거나 퇴사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객들이 이 영세한 사무실을 둘러봤다면 몇 억원씩을 투자했을까. 고객은 큼직하게 잘 꾸며진 은행·증권사 사무실에서 투자 계약을 하죠. 은행에 대한 신뢰, 권위를 믿고 계약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판매 채널'이 이번 사태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윤 의원은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은 위험이 있는 상품은 자제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초고위험 사모펀드는 은행과는 안 어울린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IBK기업은행을 예로 들며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펀드는 최고 위험 등급이었지만, 많은 고객이 가입했다. 국책은행이라는 공신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윤 의원은 사모펀드 시장 전체에 대한 비난은 경계했다. '미꾸라지 펀드'들이 물을 흐리고 있을 뿐이라는 시각에서다. 그는 "몇몇 초고위험 상품을 무분별하게 판매해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좋은 펀드들도 많다"며 "'물'을 흐리는 운용사, 이를 잡아내지 못하는 수탁사를 조금 더 주의 깊게 보고, 시장을 정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총량보다 '질'이 문제
16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증가폭은 둔화했으나 부채는 계속 늘어나며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윤 의원은 가계부채의 본질적인 문제는 총량보다 '질'이라고 강조했다. 돈이 생산적인 분야에 들어가면 투자로 연결돼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으나, 부동산 시장으로만 흘러 돈 흐름이 왜곡됐고 부채 질도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문제가 된 것은 7~8년 됐어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박근혜 정부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통화량은 '현금+예금'인데, 예금이 많아지면 대출도 늘어나죠. 그런데 기업보다 가계부문에서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고, 또 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는 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들어간 겁니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일환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죠."

윤 의원은 부동산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정책으로는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자칫 부동산시장이 하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질 경우, 금융사는 대출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고 수많은 가계가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를 잘 다루려면 집값을 때려잡듯 정책을 펼쳐선 곤란하다"며 "부동산 문제가 잘못 다뤄질 때 가계부채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의원은 자영업자 대출도 위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중소기업 부문에 해당하지만, 상당수가 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가계부채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윤 의원은 "자영업자들이 사업자금으로 쓰이는 부채를 잘 봐야 한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하=선(善)' 공식 옳지 않다"
가계부채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최고금리다. 2000년대 초반 연 66%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꾸준히 인하하며 2018년 2월 연 24.0%까지 내려왔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고금리 장사로 서민들이 과도한 이자부담을 지게 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임기 내 20%까지 최고금리를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연 10%까지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표면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듯하지만, 윤 의원은 "금리 인하가 '선(善)'이라는 공식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자는 낮을수록 좋은 것이라는 의견이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이것은 '자선'"이라며 "자선은 자선대로, 금융은 금융대로의 개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지신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자는 빌리는 입장에선 '자금의 사용료'고, 빌려주는 입장에선 원금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금이죠. 금융사는 신용도별로 대출자를 그룹핑합니다. 예를 들어 신용도가 낮은 100명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10명이 갚지 못하면 나머지 90명에게 100명 치의 원금을 받아내는 식이죠. 신용도가 낮을수록 이자가 높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자 자체를 줄여라? 원금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데 금융 시장이 존재할 수 없게 되죠. 그건 자선이에요."

윤 의원은 이슬람 금융시장 현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코란에서는 이자를 받지 말라고 하지만, 이슬람 시장에서는 '변형된 형태'로 이자를 수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자가 돈을 빌릴 때 본인이 가진 물건을 담보로 제공하고, 물건에 대한 사용료를 낸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자가 종교적으로 죄악이라고 하는 곳들에서도 이자는 존재한다"며 "금리를 낮추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인지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P2P금융, 지원보다 선규제 필요
윤 의원은 P2P 및 가상자산 등 신생금융 시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윤 의원은 "'메뉴'가 다양해지는 것은 좋다"고 전제하면서도 "초창기에는 해당 시장에 돈이 너무 몰리지 않도록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8월 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이 시행되면서 제도권으로 편입된 P2P금융과 관련해 그는 "시장이 일정 규모로 유지하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안 금융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3~4년간 크게 성장했지만, 법적 장치 없이 느슨한 규제를 틈타 사기를 벌이는 업체들이 많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윤 의원은 "지금과 같은 시장이라면 규제를 먼저 하고, 성숙기에 접어들 때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은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비트코인과 같은 전통적인 가상자산보다 차세대 가상자산으로 불리는 '스테이블코인'이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였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 가치를 가진 가상자산으로, 결제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현재 비트코인은 1비트코인이 원화 기준 1000만원을 넘는 데다 변동성이 커 사실상 화폐 기능을 하기가 어렵다.

윤 의원은 "현재 신용카드나 다양한 페이 서비스가 있어서 가상자산의 범용성이 크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안정성과 편리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제한적인 형태로 현금 대신 거래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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