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품귀] 발주 3배 늘렸는데…장롱 속 신사임당 늘었다

백준무 기자 입력 : 2020-10-05 07:57 수정 : 2020-10-05 07:57:35
백준무 기자 2020-10-05 07: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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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중에 풀린 5만원권 중 한국은행 금고로 돌아온 지폐는 10장 중 3장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1∼8월 5만원권 발행액은 총 16조5827억원이다. 이 중 시중 유통 후에 환수된 금액은 4조9144억원으로, 환수율은 29.6%에 그친다.

금고로 돌아오지 않은 나머지 5만원권은 가계·기업·금융기관 등 경제주체들이 거래나 예비 목적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화폐발행 잔액'이다.

기간을 7월까지로 잡았을 때 올해 들어 5만원권의 환수율은 31.1%(환수 4조7602억원/발행 15조336억원)이다. 2014년(연간 환수율 25.8%)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같은 기간(1∼7월)과 비교해 올해 발행액은 최대인 반면, 환수액은 최소 수준으로 집계됐다.

5만원권 환수율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코로나19 사태가 꼽힌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만약의 경우 현금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비상용으로 5만원권을 쌓아두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라는 풀이다. 금융기관의 영업용 현금 확보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화폐 발행 발주 역시 2011년 초를 정점으로 둔화하다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올해 3월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음성 거래를 위한 5만원권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이 단순히 현금보유 성향의 증가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동산 다운계약 등 음성적 거래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 측은 현금 거래와 관련된 정보 수집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김대지 국세청장은 이 의원의 질의에 대해 "고액화폐 수요 증가 원인은 저금리 기조도 있지만 탈세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정보분석원의 분석 자료, 현금 영수증 등의 정보 수집을 강화해 현금 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 디지털 화폐 등으로 전체 현금 거래는 장기적으로 줄겠지만, 여전히 현금 거래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관련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5만원권이 (탈세용 거래 같은) 지하경제 용도로 특별히 많이 쓰인다는 얘기는 단정적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5만원권 수급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급적 1만원권 인출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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