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잠자는 5만원권, 올해만 9500만장…"부동산 다운계약 수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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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잠자는 5만원권, 올해만 9500만장…"부동산 다운계약 수요 의혹"

백준무 기자 입력 : 2020-09-02 08:47:00
시중에 풀린 5만원권 지폐의 절반 이상이 금고나 장롱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는 환수율(화폐 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이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부동산 음성 거래를 위한 5만원권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은 현금 거래에 대한 정보 수집 강화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5만원권 발행 및 환수 현황'에 따르면 5만원권은 2009년 첫 발행된 뒤 올해 7월까지 총 227조9801억원이 발행됐다. 이 중 시중 유통 후에 한은 금고로 돌아온 환수액은 112조423억원으로 49.1%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환수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7월까지 5만원권은 15조3036억원이 발행됐는데 이 중 4조7602억원이 환수됐다. 환수율이 31.1%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0%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2014년(연간 환수율 25.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량 기준으로 따지면 9500만장이 금고나 장롱 등에 보관되고 있는 셈이다.

한은 측은 환수되지 않은 5만원권과 관련해 "시중에서 거래적 수요 또는 예비적 목적으로 금융기관, 기업, 개인 등 금융주체들이 보유하게 되는 화폐발행잔액"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이 단순히 현금보유 성향의 증가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다운계약 등 음성적 거래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선진국의 경우 최고 액면가 화폐들의 환수율이 한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미국 최고액권 화폐인 100달러 환수율은 △2015년 79.4% △2016년 77.6% △2017년 73.9% △2018년 75.2% △2019년 77.6%로 나타났다. 유럽 최고액권 화폐인 500유로 환수율 역시 같은 기간 9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국세청 측은 현금 거래와 관련된 정보 수집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3일 이광재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환수율 문제를 지적하자, 김대지 국세청장은 "고액화폐 수요 증가 원인은 저금리 기조도 있지만 탈세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정보분석원의 분석 자료, 현금 영수증 등의 정보 수집을 강화해 현금 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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