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밈(meme)' 문화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Koiners다음 딥인사이트

[광화문뷰] '밈(meme)' 문화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 2020-08-11 00:00:00

 

지코는 올해 초 신곡 '아무노래'를 발표하면서 음악에 맞춰 간단한 춤 동작을 담은 30초 미만의 짧은 영상을 #아무노래챌린지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15초가량의 짧은 영상은 '숏(short)확행'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코로나19 여파에 지친 심리가 맞물리며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고, 삽시간에 온라인을 도배하며 열풍을 주도했다. 

챌린지는 계속됐다. 많은 가수는 발매한 신곡을 '챌린지'를 통해 홍보했고, 많은 사람은 여전히 열광했다. 

챌린지 열풍의 바탕에는 바로 '밈(meme)' 문화가 깔려 있다. 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 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인 '밈'은 온라인상에서 꽤 파급력이 크다.

'밈' 열풍은 과거 방송사 등 매체가 콘텐츠의 인기와 유행을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소비자가 온라인상에서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재가공하고, 이를 통해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밈 문화는 날로 진화한다. 단순히 콘텐츠를 복제하고 소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만의 특성을 반영해 재가공하며 콘텐츠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끼리 형성한 공감대도 매우 끈끈하다.

밈 문화가 최근 들어 생겨난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던 문화에 이름을 붙인 것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오늘날의 밈은 분명 과거의 그것과는 다르다. 과거 수직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던 문화구조에서 탈피했고, 인터넷 공간을 넘어 레거시 미디어, 뉴미디어 콘텐츠와 적극적으로 융합하며 콘텐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다만 우려할 부분은 열풍이 강한 만큼 부작용도 크다는 점이다. 의도와 상관없이 영상과 댓글이 상대에게 2차 피해를 입혔고, 타인의 초상권이나 저작권 침해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깡' 신드롬의 경우 원곡자 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탄생했다. 2017년 발매한 자신의 미니 앨범 '마이 라이프 애(MY LIFE 愛)'의 타이틀곡 '깡' 영상에 달린 댓글은 사실 조롱에 가까웠다. 상대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사용됐던 악성 댓글과 다르지 않았다. 

한 여고생이 비의 춤을 따라 하는 동영상이 게재되면서 '1일 n깡'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대중은 과거 비의 뮤직비디오의 영상 트렌드에 맞지 않은 과장된 안무와 허세 넘치는 가사 등을 향해 조롱투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고, 잠들었던 그의 곡은 뜻하지 않게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밈 문화 중 하나인 '관짝 댄스'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관을 메고 춤을 추는 가나의 장례모습은 절묘한 패러디 영상을 양산해 냈고, 국내에서도 '관짝 소년단'으로 불리며 챌린지 열풍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경기 의정부고 학생들이 흑인분장을 하고 관짝 댄스를 패러디한 졸업사진을 두고 흑인의 외모를 희화화한 '블랙페이스(Blackface)'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한동안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최근 한 유통업체는 가수 비의 허락 없이 '깡' 신드롬을 담아 특정 상품을 패러디한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가 네티즌의 큰 반감을 사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비는 때아닌 '깡 열풍'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형태로 꾸준히 진화할 '밈 현상'이 악플의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건강하면서도 의미 있는 '밈 문화'를 즐기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가령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시작한 #덕분에챌린지를 비롯해 화훼농가를 위한 #부케챌린지, 독립·예술영화를 응원하는 #독립예술영화관챌린지 등 착한 밈 문화처럼. 여러 계층의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챌린지 동참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밈 문화는 비대면 공간 속에서 사회화하는 과정이다. 놀이 형태로 즐기되 지나치게 사람을 비웃거나 조롱을 정당화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문화 생산자로서 보다 성숙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전제돼야 밈 문화도 건강하게 발전한다. 


 

[기수정 문화팀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