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대책] 종로 등 사대문안 빈 상가·오피스, 주거용으로...사업자 참여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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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대책] 종로 등 사대문안 빈 상가·오피스, 주거용으로...사업자 참여는 '글쎄'

윤지은 기자 입력 : 2020-08-05 15:21:08
  • 5000만원 주택도시기금 저리 융자 지원, 주차장 설치 의무도 배제

  • "취지 좋지만 리모델링 비용 생각 이상일 수도...소유권 복잡 문제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8·4 대책에서 민간사업자를 독려해 비어 있는 오피스와 상가를 주거용도로 전환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종로 등 서울 요지에 입지해 있지만 공실률이 높아 활용도가 떨어지는 오피스, 상가를 리모델링해 5년간 2000가구(1년에 4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수치는 서울시에 소재한 업무시설 중 1~2%가 용도 변경을 하겠다는 의사를 보인다는 가정 하에 산출됐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1%가 참여 시 1500가구, 2%가 참여 시 3000가구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런 구상은 공실률로 골머리를 앓는 건물주와 공공이 윈윈할 전략이란 측면에서 호평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정부는 현재 입법예고 단계에 있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7조와 27조에 따라 용도변경을 하는 사업자에게 일부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특례를 적용받더라도 리모델링 과정에서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면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앞서 있었던 유사한 시도가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서울시는 중구 베니키아 프리미어 동대문 호텔을 리모델링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또 다른 유형인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했는데, 이후에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호텔 사업자가 한 곳도 없었다. 

서울시 측은 호텔의 경우 소유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건물주끼리 의견을 조율하기 어려워 그렇다고 설명했는데, 상가나 오피스 역시 구분소유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임차인의 자격이 차량 미소유자로 제한되고 주거취약계층에 우선공급해야 하는 등 임대인 입장에서 임차인을 가려받아야만 하는 상황도 까다로운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합동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민간사업자도 공실 오피스나 상가를 주거용도로 전환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출연해 리모델링에 소요되는 비용을 가구당 최대 5000만원까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주차장 추가설치 면제 등 혜택도 제공한다. 임대의무기간은 10년이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사업자가 제안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면서도 "서울시 안에 공실률이 높은 지역을 눈여겨보고 있다. 사대문 안, 특히 종로 쪽"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서울 도심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9.8% 수준이다. 종로는 12.2%, 충무로는 19.8% 등이다.

김경헌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과장은 "코로나19 상황도 있고 공실이 다소 높은 상황"이라며 "본디 오피스·상가를 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주차장 규제가 적용되는데 이를 완화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추진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5·6공급대책 안에 담긴, LH나 SH가 공실 오피스나 상가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과 유사하지만 공급 주체가 공공이 아닌 민간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재작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럽 순방 중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호텔과 업무용 빌딩을 주택으로 전환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베니키아 이후에는 접수된 사업계획서가 없다"며 "보통 호텔은 개인 한 명이 아니라 회사가 소유한 경우가 많다. 오너가 여러 명이라서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상가나 오피스도 구분등기로 돼 있는 경우가 많다. 꼬마빌딩을 제외하곤 거의 그렇다"며 "구분소유주 한 명이 원하면 전체 상가주를 모두 설득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려울 수 있다. 좋은 정책이지만 그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특례'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경기권에서 공공지원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수행 중인 사회적기업 '더함' 관계자는 "당장 공실 우려가 심한 곳들은 용도 변경이 어떤 인센티브보다 소중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공공이나 민간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좋은 구상도 현장에선 적용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호텔도 복도가 1.2m가 되지 않으면 주거용도로 쓸 수 없는데, 베니키아 때도 이 때문에 사업 참여를 포기한 호텔이 많았다"며 "복도는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과 연관돼 있어 복도 폭을 바꾸려면 리모델링비가 신축비보다 많이 드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진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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